(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장단기물 미 국채 가격이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에 함께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5.3bp 오른 2.867%에서 거래됐다. 올해 2월 14일 이후 일 중 최대 상승 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4bp 상승한 2.429%에서 움직였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이며 올해 2월 14일 이후 하루 최대 오름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9bp 높은 3.0258%에서 거래됐다. 2월 21일 이후 하루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일의 42.8bp에서 43.8bp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에는 125bp, 2월 초에는 78bp에 달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간밤 세계 증시 상승세에 따른 위험 자산 선호로 하락 출발했다.

시장은 국채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과 경기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 지정학적 위험과 무역 관련 상황 등을 주목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기업 실적 호조에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에 대한 기대로 상승 출발했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말 극비리에 방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만남은 매우 순조로웠으며,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며 "비핵화는 전 세계는 물론 북한에도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채가는 지표 호조에도 단기물은 내렸지만, 장기물은 오르면서 엇갈렸다. 이에 따라 10년과 2년물 수익률 차이가 2007년 9월 이후 가장 좁은 42.8bp가 됐다.

최근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연준이 지속해서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확신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략가들은 하지만 역대로 단기물 수익률이 장기물보다 높아지는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였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1960년 이후로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9번 발생했으며 이후 7번의 경우에 침체가 뒤따랐다. 도이체방크는 수익률 곡선 역전 후에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60%로 추산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헤드는 "올해 다소 부진한 출발 후에 오늘 낙관적인 베이지북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2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챈들러는 "이는 우리에게 매우 높은 수준이다"라며 "연준의 점진적인 인상의 의미가 무엇이든지 그것이 아직은 연속 금리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상 주기는 2015년 말에 시작했고 연준은 기자회견이 있는 회의에서만 금리를 인상했다며 파월 연준 의장이 어느 시점에 이것을 바꾸려고 하더라도 그의 취임 후 두 번째 회의에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유럽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면서 리플레이션 거래자들의 기운을 뺐다.

유로존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정치가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앞서 발표된 예비치와 시장 예상치는 모두 전년대비 1.4% 상승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6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이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오는 6월 회의가 더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월 상승률 2.7%보다 둔화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유로존의 성장세 때문에 중기적인 물가 상승 전망을 수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당장은 지표 부진으로 영란은행(BOE)의 5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의구심이 자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전략가는 "세계 리플레이션 관련 수사가 영국과 유로존에서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 때문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이는 미 국채 시장에 더 건설적인 전망을 하도록 해준다"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아나톨리 애내코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이나 7월에 자산매입을 월 150억 유로로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내코브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내년 6월이나 9월에 금리를 올리고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오는 4월 26일에 열릴 다음번 ECB 회의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책당국자들은 6월 회의에서 경제 전망 등이 발표되기 전 더 많은 자료를 보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티시스는 ECB의 6월 통화정책 결정회의때까지 10년 만기 독일 국채를 매수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10년물이 너무 비싸다고 설명했다.

나티시스는 또 시장은 분트에 대해서 매도(숏) 포지션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그들은 (매도하기)좋은 이유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무역전쟁 우려를 담은 베이지북 공개와 유가 급등 속에 낙폭을 확대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고용 성장에 기반을 둔 경기 확장세가 나타났지만, 임금의 증가 속도는 여전히 완만했다.

연준은 또 12개 지역 중 9개 지역에서 무역 관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며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원유재고가 시장의 예상치보다 큰 폭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이날 배럴당 68.47달러까지 올랐다. WTI가 68달러 위로 오른 것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뉴욕 리먼 대학에서 열린 연설에서 "실업률이 낮지만, 물가는 2% 목표 아래에 있고, 더 공격적으로 긴축할 이유가 반드시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수익률 곡선 평탄화에 대해서 계속 진단했다.

BMO TCH 코어 플러스 본드 펀드의 다니엘라 마르다로비치는 "전체 금융 여건이 다소 긴축적이다"라며 "우리는 시장이 끔찍한 매파 연준을 견뎌낼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르다로비치는 앞으로 수익률곡선이 더 누울 것이라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는 10년과 30년 국채는 '비중 확대', 3년부터 5년까지는 '비중 축소'라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스의 물가연동국채 전략 헤드 마이클 폰드는 단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투자자들이 물가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는 의미이고,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은 연준이 통제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폰드는 연준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고, 과열되지 않도록 방지할 것이라는 능력을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연준이 안내 지표로 채권시장을 잘 지켜보고 있는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준이 수익률곡선의 평탄화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 인상을 늦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콜리는 이는 시장에 너무 많은 통제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금리 인상은 나중에 성장의 비용으로 올 것이고, 암묵적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올해 수익률 곡선의 지속적인 평탄화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미래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 위기를 구할 정도는 못 될 것이라고 노던 트러스트가 진단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타넨바움 수석 경제학자는 "미 성장률이 지금 높아 보이지만 잠재 성장률은 평균 1.9% 정도라며 적자를 통제할 정도로 정부 예산을 메울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타넨바움은 현재 경제의 건강이 좋지만, 앞으로 10년간 어느 시기에 우리는 경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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