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황윤정 기자 =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월급봉투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종합 운용사가 점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신생 전문사모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등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매니저 엑소더스'도 심화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초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두고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이후에도 진통이 이어지며 인력 이탈 조짐이 포착됐다.

지난해 KB자산운용은 주요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수탁고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순이익도 10% 이상 줄어들면서 회사 측이 성과급을 대폭 삭감하고 나선 것이다.

성과급 삭감을 결정한 후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자 KB운용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평창올림픽 티켓을 제공하기도 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 운용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헤지펀드 등의 설립이 쉬워진 상황에서, 대형사의 경직적인 성과급 구조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이 주원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지난해 주식운용본부 전체 성과급을 매니저 1명한테 주던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매니저들이 회사를 나간다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실제로 한투운용은 지난 2016년 직원들에 평균 9천4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했으나 지난해에는 8천700만원으로 1천만원 가까이 줄였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실적이 부진해 성과급을 줄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설정액을 1천억원 이상 늘리고, 두드러진 성과를 낸 매니저 개인에게도 너무 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운용사들의 이러한 '쥐꼬리 인센티브'에 이미 회사를 떠난 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씨앗자산운용과 라쿤자산운용, 텍톤투자자문 등이 기존 대형 운용사에서 나온 스타매니저들이 차린 바이사이드다.

B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늘어난 회사도 인센티브 전체 풀을 기존의 20%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연히 성과에 대한 보상이 후한 신생 헤지펀드 등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 운용사 관계자도 "영업이익이 나쁘지도 않은데도 인센티브를 줄이는 곳도 있다"며 "회사를 나가도 헤지펀드, 운용사 등으로 이직할 수 있으니 더욱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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