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의 수익률 곡선(커브)이 계속해서 평탄화하고 있다. 지나친 커브 플래트닝은 경기 침체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시장에서 추가 플래트닝을 관측하는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19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43.7bp로, 지난 2007년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의 장기 전망에 의구심이 계속되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현재 금리인상 속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채권 커브에 반영됐다.

2년물 금리는 긴축 행보를 이어가는 연준의 금리 정책과 관련한 투자자의 기대 심리와 함께 오르고, 장기금리는 경제 전망의 불안한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채권 커브는 경제 성장 전망의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소위 커브 역전이라 불리는 단기금리의 장기물 역전 사례는 적어도 지난 1975년 이후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때마다 선제로 발생했었다.

다만, 현재 커브 플래트닝을 즉각적인 경기 침체 신호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번 주 연설에서 "커브 역전은 경기 침체로 곧 들어선다는 매우 명백한 신호"라면서도 "일부 플래트닝은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브 역전을 예상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보유자산 규모를 줄일수록 장기금리 역시 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커브 플래트닝은 지난해 대부분 진행된 흐름이지만, 올해 초만 해도 스티프닝 압력이 낮지 않았다. 당시 투자자는 새로운 감세안이 경제성장을 가속하고 인플레이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장 낙관적인 관측을 갖고 있었다. 특히, 긴축적인 고용시장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컸다.

이런 이유로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는 2월 한때 77.9bp까지 확대됐다가 재차 줄어들었다.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나치게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BMO TCH코어플러스본드펀드의 다니엘라 마르도비치 매니저는 "커브 플래트닝이 이어질 것에 베팅한다"며 "포트폴리오 내에서 국채 10년물과 30년물 비중을 늘리고 3~5년 국채 비중을 줄였다"고 전했다.

그는 "전반적인 금융여건은 다소 긴축적으로, 시장이 극심하게 매파적인 연준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로 장기금리를 크게 상승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뜻이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폰드 물가연동전략 헤드는 "단기금리 상승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2% 목표치 도달에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면서도 "장기금리의 상승세 제한은 정책 당국이 물가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적절하게 올리면서도, 물가 '오버슈팅'을 용인하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BMO캐피털마켓의 아론 콜리 이자율 전략가는 "연준이 통화정책의 가이드를 돕기 위해 채권시장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피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커브 플래트닝도 결국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연준이 커브 플래트닝에 대응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시장에 너무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은 나중에는 성장에 대한 '비용'이 될 수 있다고 콜리 전략가는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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