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전일 급등 이후 숨 고르기에 돌입하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18달러(0.3%) 하락한 68.2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는 전일 미국 원유재고의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상승 전망 등을 바탕으로 급등하며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8달러 선을 넘었다.

이날도 장 초반 배럴당 69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도 나오며 상승 폭을 반납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와 미국 금리 상승 부담 등으로 뉴욕 증시가 이날 부진했던 점도 투자 심리를 다소 위축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이날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 CNBC에 따르면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2% 오른 89.82를 기록했다.

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핵심 저항선인 2.9% 선 위로 올랐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날 유가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추가 상승 재료들이 산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전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서 재고 감소는 물론 탄탄한 유류 수요가 확인된 점이 긍정적이다. EIA는 지난주 휘발유 수요가 하루평균 986만 배럴로 늘었다고 밝혔다. 통상 여름 드라이빙 시즌에는 휘발유 수요가 더 늘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 핵 재협상 기한이 다가오는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다음 달 12일까지 핵 합의를 재협상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며 핵 협상 무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란 핵 문제 재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부활하면서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의원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 3개국과 마찰이 다소 있지만, 해결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합의를 파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붕괴도 중요 변수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에서는 군인 출신 마누엘 퀘베도 사장의 부임 이후 직원들의 무더기 퇴사 행렬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두프 대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대형 정유 회사들도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또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연장될 것이란 기대도 여전하다. 일부 산유국들은 이번 주 금요일 사우디에서 감산 효과를 평가하고 연장 여부를 사전 검토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OPEC과 산유국들은 오는 6월 감산 합의에 연장 및 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여기에 사우디가 자국 석유 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심리를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버 프레이저 상품 전략가는 "미국의 탄탄한 유류 수요와 강한 정제율, OECD의 감산은 추세상 예상되는 것보다 더 강한 수요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생산 증가 효과를 상쇄하면서 유가가 지속해서 오를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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