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말로 사무실이 고층에 있는 헤지펀드일수록 성과가 좋을까.

최근 마이애미대학 마케팅 학부의 시나 에스테키 교수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고층에 사무실이 있는 헤지펀드가 위험 선호 성향이 더 강하고, 이로 인해 실적 변동성도 더 크다는 것이다.

연구는 운용자산이 5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530조원 이상인 3천개의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실적 변동성과 사무실 위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층에 있는 운용사들이 더 위험을 즐긴다는 결과를 얻게 됐다.

그는 "잘 나가는 헤지펀드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는 한다"며 "운용 규모가 크고 잘 나가는 헤지펀드일수록 비싼 사무실을 임대해서 쓰고, 비싼 사무실은 주로 건물의 고층에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설명했다.

위험 성향에 대한 판단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호하고, 위험 선호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은 헤지펀드 등 위험은 크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한다.

이런 탓에 행동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도 위험 성향을 파악하려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의 정도, 성격, 성별, 나이, 학력 수준 등이 한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판단하는 척도 등으로 쓰이고는 한다.

이 연구 결과를 국내 운용업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고층에 있는 곳은 빌리언폴드자산운용으로 44층에 있다. 이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이름을 알린 안형진 대표가 합류하며 화제가 된 곳이다.

빌리언폴드운용이 최근 설정한 4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나란히 마이너스(-) 1%대에 머물렀다. 이달 지수가 반등했음에도 첫 2주간 수익률은 타사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

지난 2월 급락장세에서는 타사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소폭 플러스(+) 수익을 내기도 했다. 고수익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가장 고층에 있지만 뚜렷하게 위험을 즐기지는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강세장에 베팅하는 곳보다는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면서 시장을 방어한 운용사의 수익률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커지며 다양한 전략들이 등장했다"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운용사들은 주로 롱숏페어 전략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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