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이 채권시장으로도 번졌다.

야근보다는 취미생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여타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채권시장 워라밸은 거래 위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A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20일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돼 영업할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저녁에 기관을 만나봤자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4504)에 따르면 올해 2~3월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채권 대금은 약 727조7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약 804조4천억 원)에 비해 약 10% 감소했다. 2016년과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7%와 22%가량 줄었다.

B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장사 안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깐. 브로커들이 의욕을 잃은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여의도 맛집의 저녁 예약도 예전보다 쉽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자리를 가끔 하기는 하지만, 매니저는 매니저, 브로커는 브로커, 끼리끼리 먹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저녁 약속 잡기를 주저하는 것은 중개인뿐만이 아니다.

채권 딜러와 매니저도 중개인한테 거래해줄 게 마땅치 않아 만남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A 중개인은 "정말 친하지 않으면 기관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며 "예전에 주중 서너 번 저녁 약속이 있었다면 요새는 한두 번 잡기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 선배들로부터 장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취미 생황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밤낮으로 신경 쓰는 직업이라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 분위기가 고조되고, 컴플라이언스가 엄격해진 점도 워라밸 확산에 일부 영향을 줬다.

C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중년 정도의 남자 매니저들이 여자 브로커와 만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며 "술자리에서 말실수라도 할까 봐 조심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D 외국계 금융사의 채권운용팀장은 "브로커와 만남을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브로커와 둘이 만나 점심이라도 먹으면 어떤 용무였는지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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