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새로운 2인자와 3인자가 중립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에 차이를 드러냄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흥미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연준은 리차드 클로리다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를 연준 내 2인자인 부의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뉴욕 연은 총재직에 앉혔다.

배런스에 따르면 이들은 대략적인 중립금리 수준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방식에선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클라리다의 경우 향후 5년 동안의 5년 만기 조달비용을 산출하려면 미국 5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를 비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클라리다는 "매크로 모델을 세우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며 "이렇게 세운 모델은 구조적 변화와 정권교체에도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방식대로라면 중립금리는 지난 2012년이 시작된 이래 약 2%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의 4%에서 절반가량 하락한 수치다.

클라리다에 따르면 중립금리가 이처럼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모델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2007년 이전에는 신용 기준이 느슨한 점을 이용해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남유럽, 영국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만성적으로 소득보다 소비가 적은 중국과 일본, 독일 사람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 지향적인 사람들이 갚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돈을 빌리게 되면서 그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거나 대출을 갚기 위해 소비를 더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로 세계 경제는 갑자기 뒤집힐 수밖에 없었고 충격은 아직도 남아 있다.

클라리다는 동아시아나 유럽 사람들이 조금 덜 저축하고 조금 더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변하면 미국 중립금리도 오를 수 있다며 그런 변화가 없다면 중립금리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계속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윌리엄스와 연준의 이코노미스트인 토마스 라우바흐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뛰어넘는지 혹은 밑도는지를 판단해 이른바 '자연금리(natural rate)'를 추산한다.

윌리엄스는 경제가 너무 뜨겁다면 실질 정책금리는 자연금리 수준을 밑돌아야 하며 경제성장세가 둔화한다면 통화정책은 더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방법론을 사용하면 클라리다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중립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2%를 형성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배런스는 이 이론의 과제가 '잠재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는 잠재력을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이 결합한 경제성장률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이론은 존재하지 않고 이상한 결론이 도출되는 관계를 전제로 삼고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이들의 예측대로라면 지난 1990년대 초 경기침체는 금융위기보다 두 배는 고통스러웠고 미국 경제는 2011년 말 이후 '잠재력을 웃도는' 상태이지만 이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윌리엄스의 분석대로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한 것일 뿐 금융위기는 아니었다.

배런스는 "최근까지는 이들의 다른 해석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연준의 요직에 앉은 이상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연준은 어느 쪽이 정확한 설명인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hj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