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올해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이 양국 정상의 기세 충돌로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이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나설 경우 세계 경제는 격변의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증가와 올해 미국 경상수지 적자 전망으로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대중 통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국민의 반미감정 증폭으로 정면대응책을 철회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도 양국의 무역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킬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미 상무부 자료를 인용, 미국의 대중 통상압박이 본격화한 올해 1∼2월에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1∼2월 합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652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 급증했다. 이는 전체 무역적자의 47.3%로 전년 평균보다 1.3%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9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4천662억 달러에서 올해 6천147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무역적자 축소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는 상당한 초조감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다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외자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외자 기업들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미국이나 제3국으로 이전하면 수출과 흑자는 상당한 정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압박이 심해져 외자 기업들이 철수한다면 중국의 수출과 산업에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에서 외자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고, 중국의 상위 500대 수출 기업의 58%가 해외 국적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이 거세지면 중국의 반미감정은 증폭되고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 미국은 무역전쟁을 불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 보복조치로 대응하면 무역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EU의 중재 개입 여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중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기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는 데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이 최대 관심사이고, EU는 중국의 시장개방, 중국은 신기술 확보가 최대 관심인 만큼 이러한 구도 속에서 전 세계 통상 구조는 미국과 중국, EU가 자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합종연횡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미국과 중국, EU의 다극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 싸움이 EU까지 가세하는 상황으로 연결되면 세계 경제는 격변기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산업은 한국-중국-미국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수출생산 체제가 위기를 맞게 되지만, 중국이 선진국의 신기술 도입 견제, 개방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과도기의 혼란이 불가피해 오히려 경쟁력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국 산업의 질주로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했으나 향후 중국의 개방에 따른 조정과정과 선진국의 신기술 이전 견제로 한국 산업은 시간이라는 중요한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이 외자 기업의 대규모 이탈과 개방에 따른 후유증 누적 등의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한국 산업은 주어진 시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조언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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