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고 책임 엄중히 묻겠다"

"금감원장 공석에도 금감원 본연 역할 소홀함 없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자발적ㆍ단계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에 대해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소액주주 등 다수 이해 관계자에 미치는 영향과 주식시장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ㆍ자발적으로 개선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특정 금융회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곳이 사실상 삼성생명밖에 없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31조3천655억 원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27조2천713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회사 총자산의 3%만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생명(총자산 283조 원)은 약 8조 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만 보유할 수 있다.

물론 현행 보험업법 감독규정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의 가격을 시장가격(공정가액)이 아닌 매입가격(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취득원가(약 5만 원)로 주식 가격을 평가하기 때문에 현재로썬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현재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보험업뿐이다. 여당은 이는 명백한 삼성생명에 대한 특혜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만약 보험사도 계열사 주식 가격을 시가평가로 매기도록 바뀌면 삼성생명은 3%를 초과하는 지분 5.23%를 팔아야만 한다. 2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이전에도 현행 보험업법이 다른 금융업권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고, 법을 개정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간부회의에서 한 발언도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이라고 보인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독규정을 개정했을 때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법 개정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법 개정에 부정적이지 않다. 삼성이라고 특혜를 줘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이 법 개정 이전이라도 자발적이고 단계적으로 주식을 매각할 것을 해당 금융회사에 촉구하고, 금융위에도 관련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전보다 좀 더 적극적인 입장 변화로 비칠 수 있다.

이는 최근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4일 만에 낙마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선 김기식 전 원장의 낙마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금융개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기식 전 원장은 '삼성생명 문제'에 대해 초강경파로 분류돼 왔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리 문제는 문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과제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김기식 전 원장의 낙마로 보험업법 개정 등의 문제 해결이 진전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특히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에 대해 해당 금융회사들이 잘못된 인식을 하지 말도록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 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금감원장 공석 상황에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금감원과 긴밀하게 협의해 금융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시장 일각의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과의 업무 공조를 더욱 강화해 달라는 점도 주문했다.

그는 "금융혁신 추진 등 금융현안 대응에 있어 금감원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고, 금융위 국장과 금감원 부원장보가 참석하는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사무처장이 중심이 돼 주재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보공유는 물론 현안 대응에서 공조할 것도 지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 위원장은 김기식 전 원장의 사퇴 직후 별도로 만나 금융혁신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삼성증권의 배당 오류로 '유령주식'이 거래된 사고와 관련해 "자본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고려해 사고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주주와 금융소비자 중심의 경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올해 정기국회에서 '지배구조법'이 통과할 수 있도록 입법 노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입법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내실화와 이사회 내 견제와 균형 강화 등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근간은 결코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한 자본규제 방안은 6월 초까지 초안을 공개하고 정기국회 이전에 '통합감독법'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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