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윤정원 기자 = 중국 지방정부가 회계조작으로 부채를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감사원에 해당하는 심계서의 4.4분기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정부 다섯 곳이 150억 위안(약 2조5천550억 원) 부채를 은닉해 지방정부의 인프라 건설사업 비용 등을 조달했다.

이와 같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최근 중국 정부가 부채가 줄어들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는 상반되는 사실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전체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6.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다수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보다 낮은 수준으로, 중국 정부의 부채 감축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SCMP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부채를 숨기기 위해 재정부가 금지한 방법인 공공 인프라를 담보로 돈을 차입하거나, 지방정부 투자기관(LGFV) 등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몽고의 최대 도시인 바오터우 지방정부는 네 곳의 LGFV에 보증을 서 지난해 말 52억3천만 위안 규모의 부채를 숨겼다. 이 LGFV는 도로 건설, 판자촌 수리 등을 위해 81억 위안을 차입했다.

후난성은 기존부채 상환 및 인프라 건설을 위해 도로 등 공공 인프라를 담보로 은행, 투자신탁, 금융 리스회사 등에서 72억 위안을 빌렸다. 공공 인프라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중국에서 금지돼있다.

지난해 6월, 닝샤 후이족 자치구 인추안시에 있는 시샤현은 도시화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19억 위안을 사기업으로부터 조달했다. 이 역시 재정부가 금지한 방법이다.

중국 국가금융발전연구소의 장샤오징 부소장은 "LGFV의 부채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민관 파트너십 등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 부채를 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인중칭(尹中卿)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 부주임도 지방정부가 숨기거나 위장시킨 부채가 최소 20조 위안으로, 공식 지방정부 부채 수치는 절반 이하로 과소측정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부가 지난 3월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16조6천억 위안이다. 이는 전인대에서 정한 부채 상한선 20조9천억 위안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인중칭 부주임 발언대로 숨겨진 부채가 20조 위안 이상이면 상한선을 뛰어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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