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선에 근접한 가운데 유가가 더 오르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현재 유가는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서 미국 에너지산업의 회복에도 보탬이 되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TI 가격이 여기에서 더 오르면 소비 위축은 물론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인상 가속화까지 새로운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조지프 라보그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보다 경제에서 현금 흐름을 빨리 앗아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제이슨 토머스 리서치 디렉터는 유가가 '골디락스 존'(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상태)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면서 배럴당 10~15달러 더 오르면 분명히 유가를 등에 업은 기대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월물 WTI는 지난 2주 동안 10.2% 급등하면서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8달러 선을 넘어섰다.

WTI가 70달러 선을 웃돈 것은 2014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WTI는 2016년 초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했다.







<WTI 가격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이 감산 공조를 이어간 것이 유가 회복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WTI는 지난해 6월 40달러 초반대에서 바닥을 다진 뒤 60%가량 뛰어오른 상태다.

유가가 나락으로 하락할 때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에너지 기업들의 부실화 등 갖가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WTI가 4년여만의 최고치로 올라선 현재 전문가들의 고민은 방향이 다르다.

리서치업체 우드맥켄지의 앤-루이스 히틀 원유시장 담당 부사장은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에 대한 세금 인상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여름 드라이빙시즌의 휘발유 가격은 2014년 이후 가장 높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는 세금감면에 따른 금전적 혜택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SJ은 다만 지난 9일 기준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75달러 수준으로 4달러가 넘었던 2008년의 고점에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를 넘볼 정도로 미국의 산유량이 늘어난 만큼 유가가 오르면 수출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에서도 유가 상승이 너무 오래 지속할 경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텍사스 소재 원유생산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회장은 "우리는 수요를 잃을 것이고, 수요가 대체에너지 쪽으로 더 옮겨갈 것"이라면서 "유가가 70달러, 80달러인 것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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