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가 3천2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가입이 어려운 60세 이상 노인층과 중증질환자를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왜 대부분의 사람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이는 현행 실손보험이 질병·상해에 대해 가입자가 실제 지불한 의료비 상당을 보전해 주는 '포괄적 보장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대체로 실손보험이 모든 진료행위와 약값 등을 보전한다고 믿는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의 손해율도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2년 112.3%, 2013년 119.4%, 2014년 122.9%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2015년에는 122.1%로 일시 하락했으나, 이듬해 131.3%로 다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상품 보험료 인상률도 2015년 3.0%, 2016년 18.4%, 2017년 12.4%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인상률만 11.3%에 이른다.

문제는 실제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이 보험료 인상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손보험제도가 변질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와 관계없는 '의료쇼핑'을 권유·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아울러 일부 부도덕한 실손보험 가입자가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비의 확대를 주도, 결국 전체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16년 6월엔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섰다.

금감원은 질병 진단에 대한 객관적 검사 결과가 없고, 상태의 호전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보험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도수치료 등의 실손보험금 지급심사 절차를 손질하기에 이르렀다.

대다수 질병 및 상해에 대한 치료행위의 보장은 기본계약으로, 도수·증식치료·체외충격파 등의 치료행위는 특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존 실손보험상품 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가입자의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과잉진료 등 '의료쇼핑'의 부작용은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다만, 도수치료 등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절이 늘면서 보험사를 상대로 실손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하급심 판례를 보면 도수치료 등이 실제로 환자의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켰는지와 무관하게,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치료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보험사의 지급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제재나 법원의 판결, 보험사의 노력 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가입자의 마음가짐이다.

나 한 사람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받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 정민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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