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유로존의 최대 채권시장인 독일 국채금리는 잠잠하다.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 격차는 30여년 만에 최대치로 확대되며 채권시장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마켓워치는 진단했다.

24일 기준 2년 만기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분트)의 금리 격차는 30.2bp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 이후 최대치로 늘었다.

이런 양 국채의 거대한 격차는 채권 투자자를 수수께끼에 빠트린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독일 국채는 금융시장 내 몇 안 되는 안전자산으로 강한 동조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스프레드 축소 베팅 유인이 커지기도 하지만, 당장은 양 국가의 금리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 채권 금리 묶어두는 유로존 경기 우려

먼저 양 국가의 경기 상황이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대비 유럽 경제지표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데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도 서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블룸버그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Bloomberg Economic surprise index)는 최근 가파르게 하락해 마이너스 영역까지 내렸다. 미국의 같은 지수는 여전히 플러스를 보인다.

이 지수는 각 지역 경제지표가 전문가 전만치를 웃돌거나 밑도는 정도를 측정한 값이다.

전일 발표된 유로존과 독일, 프랑스의 구매자관리자지수(PMI) 예비치와 관련,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4월 유로존의 경제는 저속 기어에 갇힌 모습"이라며 "기업 활동은 2017년 초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인 전월치와 동일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목표치를 밑돌며 부진한 편이다.

소시에테 제네럴(SG)은 "유로존 경제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 국채가 미국 대비 좋은 성과를 보이는 주된 이유"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경기 우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긴축 전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오는 9월 비전통적 통화정책 사용을 끝내지 않는다면, 양 국가의 금리 격차도 당분간 축소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명확히하는 한편, 시장에서는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늘고 있다.

◇ 금리 격차보다 '환 헤지' 비용

해외채권투자자에게는 통화헤지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해외 투자자는 종종 해외채권 매수에서 외환 변동성을 헤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헤지 비용은 현재 유로화보다 달러화에 대해 훨씬 비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채권 투자의 높은 헤지 비용이 유로존 채권의 매력도를 크게 키우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와 달리 독일 국채금리의 상승세는 제한되는 셈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에 환 헤지 이후 10년 만기 독일 국채는 같은 만기 미국 국채보다 50bp의 추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순히 높은 수준의 미국 국채금리에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깨졌다는 얘기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는 지난 2월 달러표시채권에서 3조9천억엔의 자금을 유출했지만, 유로화표시채권의 유입 수준은 종전과 같았다.

마켓워치는 "환 헤지 비용이 주요 해외 투자자의 채권 매수 패턴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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