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장중 3%선을 돌파하면서 채권시장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24일(현지시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3%를 웃돌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자동차대출과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대출에 이르는 모든 것에 대한 대출 비용의 지표로써 활용되는 벤치마크 금리다.

전문가들은 10년 금리 3%는 단순한 심리적 장벽이기보다는 주요 지평선의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 성장과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로써 지난달까지 6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관련, "무엇보다 성장 때문"이라며 "경제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한 성장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중립금리 수준은 2.25~2.75%로 추정된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1.5~1.75%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채권시장이 결국 연말까지 세 번이나 네 번의 추가 금리인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채권금리 기대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에는 골칫거리로 인식된다. 보유한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 수익의 실제 가치를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플레 상승의 기대심리는 국채 매도 압력이 되고, 금리를 끌어올린다.

인플레 기대심리는 한때 연준의 연간 목표치 2%를 밑돌았으나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연은 총재는 지난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올해 달성해야하고, 향후 2년간 그 수준에 머물거나 상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식 vs 채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3%는 무위험 정부채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상품과 더욱 경쟁력있게 수익률을 견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서 거래되는 평균 배당 수익률은 2%이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2.4%다.

미국 국채금리의 3% 돌파는 투자자가 전반적인 투자 구성 요소를 다시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10년물 국채금리의 상승은 전반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오른다는 뜻으로, 기업은 금리 상승에 걸맞게 실적을 키우지 않으면 이윤 창출에 더욱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가 비싼 가격을 주식에 투자할 만큼 앞으로 나올 1분기 기업 실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초순에도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 투매가 나온 바 있다.

후퍼 수석 전략가는 "이미 이런 현상을 몇 개월 전에 경험했다"며 "투자자가 위험자산의 노출도를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충분하게 자산을 다양화하고 강한 분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급發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연말 법안에 서명한 감세정책에 따라 재정적 부양 압력이 나타나게 된다. 미국 상원은 2년짜리 예산 협상도 타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국 국채의 과잉 발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후퍼 수석 전략가는 "정부가 더욱 많은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연준은 보유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국채 매도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수요가 안정적이라도 공급 규모가 매우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아인 린드세이 포트폴리오 관리 공동 헤드는 "미국 금리는 약세 장세에 있고, 여기에는 강력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정상화, 재정적 부양 등 좋은 거시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금리 움직임은 지난 몇 달간 봤던 상승 추세와 일치하며, 우리의 기대와도 상충한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