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삼성그룹에 이어 미래에셋을 직접 겨냥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차입을 통한 자본 확충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실태 점검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철저한 이행 준비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7개 주요 금융그룹 임원들이 참석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기업집단과 금융그룹의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오너 일가가 소위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2개 이상 금융업종을 영위하면서 자산이 5조 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을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으로 선정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6가지 주요 그룹리스크유형을 제시했다.

▲그룹간 교차출자 ▲차입자금으로 자본확충 ▲자본의 이전 가능성 ▲내부거래 의존도 과다 ▲부외계정 투자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등인데, 이 중 절반인 3가지가 미래에셋 사례다.

우선 금감원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자사주 맞교환을 그룹 간 교차출자의 예로 들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 6월 말 각각 5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맞교환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1%를 보유하게 되면서 미래에셋대우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자사주 교환은 상장사들 간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활용된다. 현행 상법(제369조)상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상대방 회사로 매각되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들은 이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시켰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례가 그룹의 자산처분, 지급여력 등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로 다른 금융그룹이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자본 과다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래에셋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차입자금으로 계열사에 출자한 사례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모회사 차입금 상환압력, 만기연장 곤란,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배당요구 등이 벌어질 수 있고 결국 금융그룹의 자금운용, 지급 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부외 계정 투자로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된 위험액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시했는데, 이 역시 미래에셋을 겨냥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미국 현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를 약 5천300억 원에 사들이는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서정호 금감원 금융그룹감독실장은 "지급보증·유동성 지원 등 부외 약정,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거래 등은 금융그룹과 위험이 절연된 상태로 보기 곤란하므로 그룹 전체 차원에서 감독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내부거래 의존도 과다'는 롯데카드가 롯데마트 등 계열사에서 결제하는 비중이 높은 점,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집중 등을 예로 들었고 '금융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지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사례였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시범 적용하고, 7월 이후 이들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서 실장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어디인지는 추측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그룹 통합감독 법제화 이전이라도 그룹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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