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서울시금고 입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평가 기준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30일 마감하는 입찰을 앞두고 그만큼 은행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일부터 32조 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입찰 접수를 시작했다.

103년간 서울시금고를 독점해온 우리은행에 맞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도전이 거세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2금고를 놓고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입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유난히 서울시금고 입찰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것은 처음으로 복수금고 체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금고 은행 진입 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평가 기준과 내용을 두고 은행 간 해석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전산시스템 등 금고 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 5개로 구성돼 있다.

점수 배점 상으론 은행의 신용조사와 주요 경영지표로 평가하는 은행의 재무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금융감독원, 행정자치부 등 감독기관의 경영실태평가 또는 검사 기준에서 양호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점처리 가능'이란 특별 조항을 제시했다.

금감원과 행자부는 총 자본비율 8.0%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2.5% 이하인 은행을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은행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재무지표에서는 0.1%포인트(P)의 격차도 매우 큰 차이"라며 "재무평가 항목은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제시할 여ㆍ수신 금리는 역마진 우려 탓에 은행들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서울시 내 300개 이상의 지점과 40개 안팎의 출장소를 두고 있어 시민의 이용 편의성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게 은행들의 중론이다.

은행의 전산시스템 보안인증 등 전산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부분은 지난 2014년 입찰 당시보다 배점이 상향 조정된 항목 중 하나다.

서울시 지방세 납부시스템 '이택스(ETAX)'를 내세운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도 주요 광역시에서 오랜 기간 금고 은행을 맡아 안정적인 IT 인프라 구축 능력을 인정받아 온 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입찰서 제출을 앞둔 은행들이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쓰는 부분은 지역사회 기여 실적이다.

서울시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실적'만으로, 시와의 협력사업은 '계획'으로만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점 역시 2014년보다 축소하기도 했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경쟁자의 출연금 약정 규모가 사실상 금고 은행을 결정하는 '키(key)'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금융 등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개별 은행이 내세울 실적의 범위가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금고 은행 체결 당시 1천400억 원의 출연금을 약정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올해 최소 1천500억 원 이상의 약정금을 써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열해진 눈치싸움 탓에 은행권에선 서울시 금고지정심의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형국이다. 심의위원장과 현재 금고 은행인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학연 논란까지 제기되는 걸 보면 그만큼 은행권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뜻"이라며 "보안 관련 연구원 등 심의위원의 공정성을 강화할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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