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코스닥벤처펀드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시장의 기피 대상이었던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없는 조건의 전환사채(CB)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코스닥벤처펀드의 CB 공급 부족을 노리고 리픽싱(전환가 하향 조정)을 할 수 없게 하거나 표면 금리를 0%로 책정해 쉽게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스마트글로벌, 에프앤가이드 등은 리픽싱 조건이 없는 CB를 발행하는 데에 성공했다.

지스마트글로벌과 에프앤가이드가 발행한 CB 모두 표면 이자 0%, 리픽싱 조건도 없다. 전환가액은 각각 1만2천986원과 7천15원이다.

해당 CB는 발행하자마자 일부 운용사의 코스닥 벤처펀드로 편입됐다.

코넥스 상장사 지오씨도 지난 13일 30억원 규모로 CB 발행을 결정했다. 해당 CB 역시 쿠폰 0%에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없는 구조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를 설정하는 곳이 많다 보니 상장, 비상장 기업 가릴 것 없이 CB를 발행해 바짝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분위기다"며 "알려진 회사들은 그나마 낫지만 리픽싱 조항도 없고 상장 예정도 없이 발행하겠다는 곳들도 있다"고 전했다.

CB 발행 시 리픽싱 조건은 메자닌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CB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데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전환가액을 조정해서 차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간 업계에서 비상장사, 코넥스 기업의 리픽싱 조건 없는 CB는 기피 대상에 가까웠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 붐이 불다 보니 성장성을 알기 어려운 회사들까지도 CB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만약 우량 기업의 메자닌을 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정해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런 종목들까지 사들일 수밖에 없는데 제대로 기업 평가도 되지 않은 곳의 메자닌은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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