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의 미국 대형 은행들이 1·4분기 시장 예상을 넘는 호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세제 변화로 법인세율이 최고 35%에 21%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면서 쌓은 이익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림 설명 : 최근 2년간 미국의 분기별 경제 성장률 추이. 지난해 2분기부터 3%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은>



트럼프 세제개편의 목적은 투자 활성화다.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개인이든 세율 인하로 혜택을 본 만큼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이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기업 투자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인다. 세제개편이 통과되기 전에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연속으로 3% 선에 육박하는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3%는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월가의 2018년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 정도다







<그림 설명 : 선진국 중 미국이 앞으로 5년 동안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할 유일한 나라로 꼽혔다. 맨 오른쪽 우뚝 솟은 막대가 미국의 증가율을 보여준다. 출처 : IMF>



성장률은 앞으로 미국의 신용등급과 재정 건전성에 핵심 열쇠다. 이미 피치 등의 신용평가사는 장기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미국의 위험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높은 성장률이 지속해야 부족한 세수가 메워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세제개편은 국가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비싼 청구서 발행을 예고한다. 미 정부의 부채는 현재 GDP 대비 108% 수준이며 2023년께 117%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정부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중 유일하게 예외로 지목한 곳이 미국이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오는 2023년까지 미국은 일본과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주요 국가보다도 많은 부채를 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 설명 : 선진국 중 미국이 앞으로 5년 동안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할 유일한 나라로 꼽혔다. 막대의 면적은 GDP에 비례한다. 맨 오른쪽이 미국이다. 출처 : IMF>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물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물가 상승 기대로 4년 만에 3%대 진입했다. 금리의 상승은 앞으로 미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의 이자 부담을 키운다. 미국의 성장률은 최근 높았지만, 여전히 장기 잠재 성장률은 1.9% 정도에 그친다. 이 정도로는 미국을 재정적자 위기에서 구할 수 없다. 여기에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에 경기 침체가 한 번도 안 오겠느냐는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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