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남북정상회담이 코 앞에 다가온 가운데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로 정상회담에 기대 쌓였던 포지션에 '숏스퀴즈(대량 숏커버링에 따른 가격 급등)'가 발생하면서 북한 관련 이슈가 묻히고 있어서다.

26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이 1,081.7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90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080.60원) 대비 2.00원 오른 셈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달러-원 환율이 역외 시장에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고 스팟 시장에서도 종가 기준으로 20원 가까이 레벨을 높였다.

◇뒤섞인 재료들…美·유럽발 단기 상승 재료 주목

당장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인덱스 움직임이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3bp 상승한 3.026%에서 거래됐다. 지난 2013년 12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대로 올라서면서 달러인덱스는 90선을 상향 돌파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글로벌 달러와 다소 디커플링된 모습을 보이던 달러-원 환율도 연동하는 모습이다.

 





<달러인덱스(붉은색)와 달러-원 환율(검은색)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6400)>



한편 유로존 이슈도 달러 강세를 거드는 형국이다. 유럽의 성장 둔화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 완화에 신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날 장 마감 후 ECB는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 기자회견이 있다.

특히 지난달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저물가가 여전히 부진하다며 ECB의 "승리는 아직 선언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4월 유로존 PMI가 정체된 가운데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집계한 독일의 경기기대지수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기대지수는 지난 3월 5.1로 전달보다 12.7포인트 급락한 뒤 4월에는 -8.2로 추락했다.

◇살아있는 하락 재료…북미정상회담·외환시장 개입 공개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따른 원화 강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이 급물살을 탈 경우 원화 강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서 더욱 결정적인 북한 리스크 해소 신호를 읽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종전 선언의 당사자로 남북미 3자를 언급하면서 주변 국가와의 공조를 분명히 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지정학적 호재로 지난주엔 달러인덱스에 비해 원화가 강했으나 남북간 합의만으론 '게임 체인처'가 되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짧은 숏포지션에 언와인딩이 나왔지만 북미정상회담에선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권고를 고려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환시개입 내역 공개의 방식과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외환 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인위적인 원화 가치 절하가 제한될 수 있다는 기대에 달러-원 환율의 하락 재료로 지목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일 고양 킨텍스에서 '2018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IMF 권고라든지 주요 20개국(G20) 코뮈니케에서 나온 내용을 감안할 것"이라며 "경제 상황과 우리나라 외환시장 구조, 다른 나라 사례들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내용과 시기는 검토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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