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가 풀린다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흐름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원 하락 포지션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인 시각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국내 자산시장에 유입되는 가운데, 이에 앞서 외환시장에서의 일시적인 충격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은 성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체제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를 맞바꾼다는 빅딜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이슈보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글로벌 위험자산회피(리스크 오프) 분위기에 원화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장 무리한 숏베팅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외환 전문가는 26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달리 움직일 수 있다"며 "북미 수교 등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빠르게 레벨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 즉 핵 폐기보다 핵 동결에 가깝다면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이런 분위기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다른 전문가는 "종전(終戰) 선언이 예상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가격에 덜 반영되고 있다"며 "이런 소식에 달러-원이 반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다만 핵심 이슈는 북미 회담이기 때문에, 여기서 비핵화와 관련된 협상이 구체화하는지 봐야 한다"며 "아마 남북정상회담 자체로 당장 환율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그는 "최근 분위기는 미국 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섰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있더라도 하방 경직성이 갖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 투기적인 성격의 숏(매도) 베팅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정상회담 결과가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한 베테랑 딜러도 "정상회담은 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미국 금리 테마로 10원 정도 오른 상태에서, 종전선언 등이 나오면 많아도 5원 정도 움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딜러는 "결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며 "이는 남북 회담을 비롯해 미국 금리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따라가는 수준에서 숏을 낼 수 있다"며 "기조적으로는 숏 베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 금리 이슈라는 명백하게 충돌되는 소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MPC)에서 "참모진으로서 바람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비핵화 관련해서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 아주 훌륭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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