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완화가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26일 골드만삭스는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이 얼마나 가격에 반영됐는가'는 보고서를 내고 과거 평화 분위기 당시 시장 반응을 정리했다.

평화배당금이란 전쟁이나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끝났을 때 군사적 목적으로 투입되던 비용을 경제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게 되는 자금의 규모를 의미한다.

◇빅 이벤트에도 미지근한 반응

골드만삭스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폐쇄와 27일 남북 정상회담, 5~6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 회의 등 평화적인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최근 모멘텀을 얻고 있다"며 "현재는 미약하지만, 평화배당금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이 알려진 3월 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코스피는 3% 올랐지만, 짧은 상승 뒤 하락 전환했다.

지정학적 위험에 가장 민감한 달러-원 스큐(skew)는 변동성이 적었던 3월 8일보다도 떨어졌고, CDS는 이번 달 초 최근 고점을 찍은 이후 7bp가량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위험 완화 이벤트에 대한 반응치고는 미지근하다"며 "미국 금리 인상 압력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등으로 과거와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위험이 감지됐던 작년 4월과 9월에 달러-원 SKEW는 2볼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CDS도 2주일에 걸쳐 9bp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지정학적 모멘텀 플레이도 등장했다. 최근 경제통합 기대로 인프라 발전과 관련된 건설, 철강, 기계 등이 몇 주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과거 평화 모드에는 어땠나

골드만삭스는 "지정학적 긴장을 낮췄던 이전 이벤트에 시장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보는 게 더 적절할 비교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해결을 시도했다. 1994년에 제네바 합의에 이어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경제 제재 완화에 나서자 2000년에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최고조에 달했다.

2007년 2월에는 6자 회담 이후 북한이 주요 원자로를 폐쇄하고, IAEA 사찰을 재허용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전 두 이벤트 때는 환율이나 외국인 개방 등 경제 정책이 자체가 달라 시장 반응을 비교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가장 최근인 2007년 시장 반응을 분석했다.

2007년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이벤트들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2007년 초반만 해도 서브프라임 위기로 번질 신호들이 있었는데, 코스피는 S&P를 크게 앞질렀다.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진 뒤 4개월간 16%포인트나 앞섰고, 초호황기이던 조선주를 제외해도 코스피는 S&P를 15%포인트 아웃퍼폼했다.

오래 지속하진 않았지만, 긴장 완화로 다른 이머징국가와 비교할 때 증시 밸류에이션도 높았다.

원화 역시 주가 상승과 함께 올랐다. 다만 금리는 지정학적 이벤트에 당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악재 가시면 주식·원화 강세

골드만삭스는 "무역 분쟁과 미국 채권 금리 등의 급격한 상승이 사라지면 지정학적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 주식과 원화 강세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5~6월 미국, 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 한국 정상의 만남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단기간에 증시와 원화가 상승하고 더 큰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며 "비핵화 합의나 지정학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행동 등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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