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잔칫날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경총이 삼성그룹 노동조합 와해에 공모했다는 의혹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경총은 26일 손경식 회장의 취임 5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마포구 경총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잔칫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셈이다.

이날 검찰은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총이 연루됐다는 정황을 잡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총은 지난 2013∼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각 지역 서비스센터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단체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총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및 삼성그룹 등과 의사를 주고받으며 노조와의 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스스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손 회장은 "오늘 압수수색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단체 교섭지원 당시 우리 직원들이 교섭 지원과 관련해 한 일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 보고받았다"며 "다만 경총 내부에서 보고받기로는 '노사 교섭에서 좀 일을 맡아서 한 사실은 있으나 크게 문제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대한항공 일가의 이른바 '갑질'에 대해서는 "이번에 일어난 문제가 기업 전체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손 회장은 이어 "경총은 대기업의 이익만 찾겠다는 고집을 하고 있지 않고 모든 걸 공정한 바탕에서 논의해나갈 것"이라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국민으로부터도 환영받는 단체가 되도록 '공정한 룰'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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