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미 국채금리가 3% 선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엔화에는 내리고, 유로화에는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33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36엔보다 0.03엔(0.02%)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10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169달러보다 0.0066달러(0.54%)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2.37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3.10엔보다 0.73엔(0.55%) 낮아졌다.

달러화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2.99%로 내려서면서 엔화에 하락 출발했다가 미 경제지표 호조와 유로화 약세 전환으로 엔화에 낙폭을 줄였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정책 발표와 총재 기자회견, 뉴욕증시와 원자재 동향, 미 국채금리 움직임, 경제지표 등을 주목했다.

전날 달러화는 미 국채금리의 3% 안착으로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올랐다.

유로화는 ECB 총재가 기자회견 초반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에 대해 신뢰를 보인 영향으로 달러에 1.2210달러까지 올랐다가, 정책 변화에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자 반락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지표들은 일부 부진을 가리키고 있지만 광범위하고 탄탄한 경기 확장에 부합한다"면서도 지표 부진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결정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는 또 현재 경제 둔화와 관련해 정확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ECB 위원들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유로존 지표는 산업생산에서 소매판매까지 부진해, 2018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로존 물가는 1.3% 계속 오르는 데 그쳤다.

드라기는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예상했고,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 수출 경제를 약화해 유로존 1분기 경제 둔화에 일조했다"고 설명했지만, 유로화 강세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모습은 없었다.

드라기는 또 최근 미 국채금리 상승도, "미국 경제 확장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모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또 상당 기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문구와 현재 9월 말을 종료 시점으로 한 달 300억 유로 규모로 시행하는 자산매입을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도 유지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2만4천 명 줄어든 20만9천 명(계절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초기인 1969년 12월 6일 이후 가장 낮다.

실업보험청구자수는 1967년 이래 최장기간인 164주 연속 30만 명을 밑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22만8천 명이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 선임 머니 마켓 경제학자는 "실업보험청구자수는 올해 대부분 기간에 나타났던 22만~24만 명의 범위로 돌아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 상품수지 적자 규모가 큰 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 만에 감소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 적자가 680억 달러로 전달 대비 1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예상치는 734억 달러 적자였다.

3월의 무역적자 감소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이 수준이라면 1분기 GDP 전망치가 약 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이와 캐피털 마켓츠의 마이클 모란은 약한 수입은 어딘가에 부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GDP 추정치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란은 예를 들면 소비지출, 기업 장비투자, 재고 투자 등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수주가 항공 수주 증가 덕분에 큰 폭으로 늘었지만, 기업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는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3월 내구재수주실적이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1.8% 증가였다.

3월 운송 장비 수주가 내구재수주를 주도했다. 민간 항공기와 부품 수주가 3월에 44.5% 급증했다. 반면 3월 운송기기를 제외한 내구재수주는 전월 대비 변함없음(0.0%) 이었다. 2월에는 0.9% 늘었다.

또 기업 투자 지표인 항공기를 제외한 3월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항공기를 제외한 3월 비국방 자본재 출하도 0.7% 줄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경제학자는 내구재수주 지표 내용은 앞으로 기업의 지출 관련해 일부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과 국제유가 반등 속에서도 엔화에 낙폭을 줄였다 벌리기를 반복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약세를 유지했다.

전략가들은 다음날 발표되는 올해 미국의 첫 경제 성적표인 1분기 GDP 발표를 주목하면서, 향후 ECB의 정책 경로를 전망했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 인터내셔널의 마크 오스트발트 세계 전략가는 ECB의 이날 성명은 3월 내용의 '복사와 붙이기'였고, 이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집에 가져갈 것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경고라며 "앞으로 6월 회의가 구체적인 ECB의 정상화 경로를 시장에 제공해줄 것처럼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스트발트는 "그러나 ECB가 부진한 1월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했고, 물가가 매우 주춤한 것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며 "이는 ECB가 6월 말 예정된 회의에서도 양적완화에 대해서 결정을 안 내릴 것이라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ACLS 글로벌의 마샬 글리터 수석 전략가는 ECB의 문제는 "일찍 금리를 급등하게 할 수 있고, 취약한 경기 회복을 탈선시키는 시장 변동성 확대 없이 (경기)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최근 유로존의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ECB가 6월이나 7월까지 행동에 나서지 않고 기다리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SG은 "따라서 그때까지는 미국 국채금리가 달러화뿐 아니라 유로화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특히 시장은 10년물 국채금리가 3.05%를 향해 가까이 갈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X날리지는 유로-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대인 1.20이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드라기 총재는 예상만큼 비둘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유로화 강세를 촉발하지도 못했다고 풀이했다.

FX날리지는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서는 당분간 더 취약할지라도 엔화나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서 여기서 더 약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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