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저점 매수세 등장 속에서 혼조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다시 3% 선 아래로 내려섰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6bp 내린 2.990%에서 거래됐다. 지난 6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며, 6거래일 연속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오른 2.490%에서 움직였다.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7bp 하락한 3.174%에서 거래됐다. 거의 3주 만에 최대 낙폭이며, 6영업일째 오름세가 마감됐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53.8bp에서 50.0bp로 좁혀졌다. 지난해 말에는 125bp, 2월 초에는 78bp에 달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간밤의 강세를 이어갔지만 큰 폭으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기자회견과 경제지표,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7년 만기 국채 입찰 등을 주목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국채 가격이 전일 내림세에서 반등했다며 미 경제지표가 호조였음에도 매수가 등장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기존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영향도 상승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마크 헤펜스톨 최고운용책임자는 최근 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수요 증가를 갑자기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헤펜스톨은 독일이나 나머지 유럽 국가에서 수익률이 낮다면 미 국채수익률도 계속 오르기 어렵다며 10년물 기준 미 국채수익률이 2.4%포인트 높은 것은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를 부추기고, 결국 금리 상승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지표는 부진을 가리키고 있지만 광범위하고 탄탄한 경기 확장에 부합한다"면서도 지표 부진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결정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는 또 경기 둔화가 더 심각한 하강의 시작일 수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화는 드라기의 경기 낙관 발언에 한때 1.2210달러로 강해졌다가 더 지켜보겠다는 발언에 1.2117달러로 반락했다. 전일 종가는 1.2169달러였다.

최근 유로존 지표는 산업생산에서 소매판매까지 부진해, 2018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로존 물가는 계속 1.3%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드라기는 또 최근 미 국채수익률 상승에 대해, "미국 경제 확장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ECB는 이날 모든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상당 기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문구와 현재 9월 말을 종료 시점으로 한 달 300억 유로 규모로 시행하는 자산매입을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도 유지했다.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장 0.638%에서 이날 0.591%로 내렸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2만4천 명 줄어든 20만9천 명(계절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초기인 1969년 12월 6일 이후 가장 낮다.

실업보험청구자수는 1967년 이래 최장기간인 164주 연속 30만 명을 밑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22만8천 명이었다.

다만 뉴욕시는 4월 중반에 실업보험청구자수가 급증했다가 급감했다. 학교 식당이나 버스 운전 일을 하는 노동자가 봄방학으로 실업수당을 신청했을 수 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 선임 머니 마켓 경제학자는 "실업보험청구자수는 올해 대부분 기간에 나타났던 22만~24만 명의 범위로 돌아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 상품수지 적자 규모가 큰 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 만에 감소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 적자가 680억 달러로 전달 대비 1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예상치는 734억 달러 적자였다.

3월의 무역적자 감소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이 수준이라면 1분기 GDP 전망치가 약 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이와 캐피털 마켓츠의 마이클 모란은 약한 수입은 어딘가에 부진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1분기 GDP 추정치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란은 예를 들면 소비지출, 기업 장비투자, 재고 투자 등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수주가 항공 수주 증가 덕분에 큰 폭으로 늘었지만, 기업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는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3월 내구재수주실적이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1.8% 증가였다.

3월 운송 장비 수주가 내구재수주를 주도했다. 민간 항공기와 부품 수주가 3월에 44.5% 급증했다.

반면 3월 운송기기를 제외한 내구재수주는 전월 대비 변함없음(0.0%) 이었다. 2월에는 0.9% 늘었다. 또 기업 투자 지표인 항공기를 제외한 3월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2월에는 1.8% 늘었다.

항공기를 제외한 3월 비국방 자본재 출하도 0.7% 줄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경제학자는 내구재수주 지표 내용은 앞으로 기업의 지출 관련해 일부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과 국제유가 반등 속에서도 오름폭을 유지했다.

미 재무부는 290억 달러어치의 7년 만기 미 국채를 연 2.952%에서 발행했다. 포괄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56배로 지난 여섯 번의 평균 2.48배보다 높았다. 펀드매니저나 해외 중앙은행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65.4%로 여섯 번 평균 63.1%를 소폭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이날 입찰 수요는 탄탄했지만,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사이먼 경제학자는 "이날 입찰은 매우 지루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다음 주 13주와 26주짜리 860억 달러어치를 포함해 900억 달러어치의 국채 발행에 나선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가능성 등 공급 둔화 우려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20% 상승한 68.1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략가들은 다음날 나오는 첫 1분기 경제 성적표인 GDP 발표에 주목하면서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등장한 수요의 성격을 곱씹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르바 헤드는 "우리의 경제 여건 전망을 고려하면 3%는 10년물 기준으로 매우 높다"며 "그래서 올해 균형을 위해서는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르바는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3%를 "매우 좋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이는 국채수익률을 낮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손 수석 시장 분석가는 "미 국채 금리가 새로운 신고점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있어서, 엄청난 기업 실적 호조에도 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자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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