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유럽계 투자은행이 수익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채권과 주식 등의 트레이딩 부진에 따라 대규모 인원 조정도 예고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우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즈의 1분기 실적과 관련, "도이체는 끔찍하고 바클레이즈는 뛰어나 보이지만, 도이체가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지 바클레이즈가 실제 점유율을 되찾고 있는지 모두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이체는 부임 2주가 지난 새로운 최고경영책임자(CEO) 크리스티안 제빙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큰 의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도이체의 1분기 순익은 지난해보다 79%나 감소한 1억2천만만유로로 전문가 예상치 3억7천600만유로에 크게 못 미쳤다.

은행은 채권 트레이딩이 경쟁사에 크게 뒤처졌고, 주식 트레이딩의 경우 높은 변동성 장세에서도 유일하게 수익이 감소했다.

은행은 명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 수준의 직원 숫자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WSJ은 "도이체 1분기 실적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그룹 전체에서 수익은 떨어지는 반면 비용은 늘어나는 등 익숙한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투자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경영진이 내부에 다시 칼을 들이대는 것"이라며 "프런트 라인의 더욱 많은 트레이더가 회사를 떠나겠지만, 다른 분야의 인원이나 비용 등은 빠르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는 현재 특정 전략을 짜기에도 재정적 여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로, 수익성이 약해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내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문은 "원하든 원치 않든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클레이즈의 경우 여타 사업부문 대비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등의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성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작년 성과가 경쟁사에 크게 뒤처진 만큼 기저효과가 있고, 특히 자금조달이나 헤지 등에 들어간 비용이 빠지면서 외형상 수익을 부풀렸을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신문은 "도이체와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유럽계 은행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투자부문 등을 정리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 경쟁사들은 높은 수익과 규제 완화 가능성 등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경쟁이 진행 중일 때 보수 작업은 어려운 법"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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