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가능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폭 하락했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09달러(0.13%) 하락한 68.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주 0.5%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일 취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부 장관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 대해 제기한 '다양한 결점'에 대해서 짚어볼 때라면서 협상을 철회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협상의 결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협상이 유지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이란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완화됐다. 미즈호 증권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하루평균 25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미즈호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시작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은 50만 배럴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이 균형 수준으로 되돌려진 상황에서 이란의 수출 감소는 공급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경제 위기 등으로 40% 가까이 줄어든 점도 공급 부족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보고서에서 "원유가는 여전히 미국이 핵 협상을 파기하고 새로운 제재를 도입할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유가가 큰 폭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부터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 협상 유지를 요청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영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에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미국의 산유량 증가는 유가의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원유시추업체 베이커 휴즈가 이날 발표한 미국 내 운영 중인 원유채굴장비 수는 5개 더 늘어나 825개에 달했다.

지난주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1천59만 배럴 수준까지 늘었다.

미국 산유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 차이는 6.54달러까지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유가의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면 유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 제재 재개 여부에 지속해서 주목하면서 유가가 등락할 것으로 봤다.

경제 제재 부활 전망이 팽배한 만큼 상승 압력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미 큰 폭을 오른 가격을 고려하면 상승 속도를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ION 에너지의 카일 쿠퍼 컨설턴트는 "이번 주 유가가 소폭 내린 점은 단지 잠시 쉬는 것일 뿐이라고 본다"며 "시장의 매수(롱) 포지션은 이미 매우 깊다"고 말했다.

타이크 캐피탈 어드바이저리의 타리크 자히르 매니저는 "유가는 서서히 오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위로 올라 레벨을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공급 위축 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