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 신입 행원 공채 필기시험이 지난 28일 치러졌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상반기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데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10년 만에 도입한 필기시험이라 그 어느 때 보다 관심이 높았다.

지난 16일 마감한 서류전형에는 2만여 명이 지원, 사상 최고 수준인 1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부기관 심사를 통해 3천 명이 걸러졌고, 이들은 서울 중앙대캠퍼스와 충남대에서 진행된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채용시험이 치르는 날이라 결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낮은 10% 정도에 불과했다고 은행 측은 전했다.

10년 만에 처음 실시하는 필기시험이다 보니 시험을 감독하는 사람도, 응시자들도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필기시험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 동안 진행됐다.

1교시는 경제, 금융, 일반상식 부문에서 총 90문제가 출제됐다. 트릴레마의 3가지 구성요소, 리디노미네이션, 테이퍼링, 전환사채, 주택저당증권(MBS), 달러-원 환욜, 외환보유 종류, 양적 완화(QE), 적격대출, 워크아웃 등 전문지식을 묻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돼 경제·경영 전공자도 어려웠다는 평가다.

특히 물고기를 민물, 바다 등으로 구분하거나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라는 범주화 문제가 등장, 기존 은행 시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응시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평창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된 경기 종목을 묻거나, 정현 테니스 선수가 4강 신화를 쓴 대회가 어디였는지 등 사회·문화에 대한 관심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문제도 출제됐다.

디지털뱅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IT와 관련된 문제도 눈에 띄었다.

2교시는 적성검사 영역으로 모두 우리은행이 아닌 외주업체에서 만든 문제로 구성됐다.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환판단 논증과 관련된 100개의 문제를 2시간 동안 풀어야 하는데 영역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 정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응시자들은 전했다.

한 우리은행 필기시험 응시자는 30일 "지금까지 공부했던 은행 취업 문제와 많이 달랐고 특히 2교시의 경우 대기업 적성검사랑 비슷했다"면서 "아예 새로운 유형도 있었고 난이도도 꽤 높아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시자도 "그동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으로 많이 공부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며 "경제, 금융뿐 아니라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루 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필기시험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응시자들은 오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인성검사를 치러야 한다. 이 검사를 끝내고 전체 점수를 합산해 면접 대상자가 추려진다.

우리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문제 난이도가 대체로 높았다고 평가될 것"이라며 "이번 주 중 필기시험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며 최대한 면접 기회를 많이 주려 한다"고 말했다.

1·2차 면접은 블라인드로 실시되며 외부전문가도 참여한다.

최종 합격자는 6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실 시간을 넘겨 도착한 일부 수험생에게 필기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일부 감독관은 시험본부의 원만하지 못한 진행에 불만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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