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초안이 이달 중순 공개된다. 모범규준에는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변별력 있는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모범규준이 나오면서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계획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달 중순 채용 모범규준 초안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이후 은행권과의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모범규준에 이른바 '은행 고시' 즉,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응시자에게 필기시험의 기회를 준 후 이를 통과한 응시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채용시 필기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KEB하나은행 필기시험은 인·적성과 시사상식 등 3분야, 농협은행은 직무능력과 인·적성검사 2분야로 전문지식보다는 은행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췄는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필기시험이 없고 대부분 지방은행 역시 서류와 면접 절차만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도 필기시험을 시행하지 않거나 인·적성 평가만으로 채용을 결정하고 있다.

채용 모범규준을 통해 도입되는 필기시험은 많은 지원자 중 통과자를 솎아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난도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진행된 우리은행 필기시험은 전문지식을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돼 경제·경영 전공자들도 어려워했다는 후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입 행원을 채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면서도 "채용 비리 의혹으로 은행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면서 필기시험과 같은 객관적인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 자녀나 VIP 고객 추천 지원자, 명문대학 졸업자, 남성 지원자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우대하는 등의 내규나 관행은 폐지한다. 이같은 가산점 부여 방식이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채용비리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 구제안은 모범규준에 포함되더라도 시행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채용비리 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후에야 정할 수 있다.

은행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탈락자의 신상정보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기하기 때문에 피해자 구제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범규준이 나오는 데 따라 은행권도 하반기 채용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 연간 채용 계획을 확정한 후 상반기 채용을 진행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은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발표되면 이를 내규에 반영하고 채용 계획을 확정하기까지 1~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오는 6~7월께 채용 계획을 확정한 후 8~9월께 채용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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