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로 시작된 전국 전셋값 하락세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서울 전세시장까지 부진에 빠지며 낙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 흐름이 실수요자에게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매매시장 동반 약세의 전조(前兆)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의 월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9.1을 나타냈다.

전월보다 0.31%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셋값이 급락했던 2009년 2월(-0.32%)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전셋값 하락 기간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에 100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계속 내렸다. 5개월 연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전셋값 하락세는 4개월(2008년 11월~2009년 2월)에서 그쳤다.

이제 기록은 역대 최장 기간 전셋값이 하락한 2004년 중반만 남았다. 당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그해 5월부터 아홉 달 동안 빠졌다.

최근 전셋값이 내릴 때는 갈수록 정도가 더해진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이 0.06%였으니 지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의 전셋값 약세는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성수기에 들어서 정도가 심화했다.

서울이 전셋값 하락세에 합류한 영향이 크다. 지난 3월 서울의 전셋값은 0.16% 내렸다. 지난달에는 0.35% 빠졌다. 전월만 보면 전국 평균과 수도권보다 부진했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양천구의 4월 전셋값이 1.17%로 가장 많이 내렸다. 뒤이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모두 자리했다. 성동구와 동작구 등도 부진한 지역으로 꼽혔다.





전국적으로는 경남 거제시와 울산광역시, 경북 경주, 충남 서산, 경기도 오산 등에서 전세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수도권과 지방권의 전셋값 하락률은 각각 0.34%, 0.28%를 보였다.

기록적인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주택시장 규제 국면으로 심리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매매시장으로 전이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그동안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의 전셋값 하락은 긍정적인 신호, 전·월세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공급이 많아서 전셋값은 조금 더 하락할 수 있는데 전세는 월세보다 임차인에게 부담이 적고 주택 사다리 역할도 하는 만큼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전셋값이 하락했다는 것은 매매시장 약세의 전조로 봐야 하고 이미 동반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정도는 준공물량이 늘어나면서 동반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주택시장이 버블(거품)까지 갔다고 보긴 어렵고 최고점으로 급등했다가 되돌리는 과정이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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