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위해 증권가도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리서치센터 등 일부 부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증권가도 선제적으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근무시간을 크게 줄이기 힘든 부서가 많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금융회사의 경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내년 7월부터 해당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많은 증권사가 제도 시행에 앞서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섰다. 장시간 근무를 막기 위해 출퇴근 체크 시스템, PC 자동 오프 제도 등을 도입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정착'이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리서치센터 등 일부 부서는 웃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워라밸'도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아침 7시를 전후로 출근한다. 주식시장이 시작되는 9시 전에 분석 보고서 등을 발간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을 늦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퇴근 시간은 기약이 없다. 증시가 끝나는 3시 30분 이후로 보고서 작성 등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악재성 공시 등 중요 사항이 마감 직전인 6시 언저리에 공표되는 경우도 있어 '칼퇴근'이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기관투자가 등 고객의 자료 요청이 갑자기 들어올 때도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는 기업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시를 올린다"며 "공시만 따라가기에도 11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업무 시간 단축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52시간 근무제가 과연 현실성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탓에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궁여지책으로 '집중 근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를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점심시간을 1시간 내외로 단축하고, 아침 식사 등에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점심시간은 1시간 반 이상이었는데 이를 타이트하게 조이고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출근 후 화장하는 시간이나 화장실을 가는 시간도 줄여서 10시간을 꽉꽉 채워 근무하라는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오후에 출근하는 등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자고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근로 시간을 어떻게 단축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여러 의견을 취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