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최근 부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증여 방법이 있다. 주가가 오를 것이 분명한 종목에 투자해 증여세를 커버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착안한 증권사들이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액면분할로 삼성전자가 거래정지 되기 직전 한 개인투자자가 수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삼성전자 주식의 개인투자자 순매수 수량은 평균 2만주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나 '큰 손 개미'가 대량 매집에 나서며 25일 하루에만 개인의 순매수 수량이 15만주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순매수는 미래에셋대우 창구를 통해 이뤄져, 11만주의 매수 물량이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단일 계좌에서 삼성전자 전체 매수 거래량의 절반이 넘는 물량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천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증여를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여세는 주식 매수 금액이 과표 기준이 되고,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전 4거래일간 5% 올랐다. 2천억원을 매입했다고 가정할 때, 약 100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 수익을 가지고 증여세를 납부하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연히 '절세' 효과가 발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거래량이 증가하며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유동성이 좋아지게 되면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더 수월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주요 증권사들도 이 사례를 벤치마킹한 증여신탁 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간 증여신탁은 주로 국고채 등에 투자했다. 반기마다 쿠폰 수익을 받고 이를 증여세와 '제로섬'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초 증여한 재산을 주식에 주로 장기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신탁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적극적인 마케팅에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세금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액자산가들은 한시라도 빨리 재산을 증여하려고 한다"며 "리테일 부문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고객 타겟팅 관점에서 확대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