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회 예산정책처가 한미 정책금리 역전에 대응해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본 이탈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컨틴전시 플랜 짜라

국회 예정처 관계자는 9일 "금융당국이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는 등 금융시장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본 이탈 및 주식시장에 대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과거 100bp 수준의 정책금리 역전 때 월평균 2조7천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탈 및 9% 안팎의 주가지수 하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우리나라 채권 수요가 약화해 시중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또 자본유출에 따른 금융불안 등으로 원화가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글로벌 통상마찰 등과 맞물려 금융시장 변동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와 교역관계가 밀접한 신흥국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 신흥국 위기가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한계가구 및 한계기업의 파산 리스크도 증가할 것"이라며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금리역전 과거 경험은

앞서 발간된 국회 예정처의 '산업동향&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의 기간 중 시중금리는 정책금리 차이 확대에 따라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주가는 하락했다.

다만 해당 기간은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기준금리 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등 경제·금융 여건이 현재와는 달랐다.

최근 경제 여건과 유사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기간에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초기 금리차 25~50bp 구간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월평균 9천억 원이 유출됐고, 주가와 금리는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차이가 100bp로 확대된 2005년 5부터 7월까지 3개월 간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월평균 2조7천억 원 규모로 확대됐고, 주가는 8.6% 하락했다.

국회 예정처 관계자는 "올해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25bp~50bp 수준으로 예상되며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역전폭이 예상보다 확대되면 금융시장 내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미 금리역전 통화정책 합의는

국회 예정처는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2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3회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25~50bp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역전 폭이 75bp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국회 예정처는 과거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을 때 25~50bp의 금리 차이에서 금융시장의 영향은 일부 존재했지만,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 분석 결과 월평균 9천억 원 안팎의 투자자금이 유출됐고, 이는 최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0.14% 수준에 불과하다.

또 채권시장에 이미 한미 시장금리 동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소폭의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는 매파 발언을 최근 내놨다.

이 총재는 이달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일ㆍ아세안(ASEAN)+3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3%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상승률도 2%대에 수렴한다면 (금리를) 그대로 끌고 갈 때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만간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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