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대체투자 순집행금액이 최근 6개월간 마이너스(-) 5천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투자의사 결정에도 문제가 드러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대체투자 순집행금액은 마이너스 5천623억 원이었다.

당초 6개월 대체투자 집행 계획은 총 1조9천441억 원이었으나, 기존에 집행된 투자 건들의 상환으로 오히려 순집행금액이 줄었다.

이로 인해 대체투자 허용범위 이탈도 이어졌다. 국민연금의 3월 말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10.7%로,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범위 하단을 0.27%포인트 하향 이탈했다.

국민연금의 예상 자산배분 비중은 13.2%였으나, 실제로는 10.7%밖에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10.8%로 자산배분 허용범위 하단을 하회하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이탈 규모는 커지고 있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에 몰려 경쟁이 격화되자 국민연금 집행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기 채권은 평가 손실 위험이 있고, 주식은 지난해 코스피 활황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시장 변동성 확대로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투자(PEF) 쏠림 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대체투자 자산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CIO 자리가 비어있는 것도 국민연금이 쉽사리 대체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중도 사임한 이후 10개월 가까이 국민연금 CIO 자리가 공백인 채로 유지됐다.

현재 CIO 후보 최종 3인의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고 이달 중으로 신임 CIO가 확정될 것으로 보이나, 당초 예상보다 인선이 늦어진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컨트롤타워' 공백에도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식에서 20%가 넘는 수익률을 냈으나, 주도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체투자에서는 성과가 저조했다.

대체투자의 경우 단일 투자 규모가 크고 위험 요소도 복잡해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CIO가 없다 보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주요 대체투자건의 경우 CIO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체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본부 전주 이전 전후로 운용역이 많이 이탈했고, CIO도 없다 보니 국민연금이 과거만큼 주도적으로 대체투자를 이끌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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