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發 '세대 간 빅딜' 본격화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희망퇴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퇴직금 인상을 시사하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은 당국의 당면 과제지만, 신규 채용을 위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금융권의 비용 출혈과 고용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의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일 최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며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 위원장이 강조해 온 '세대 간 빅딜'과 맞닿아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희망퇴직과 청년채용을 연계해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기 근속자의 희망퇴직이 더욱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해 달라는 뜻이었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공기업 중심으로 퇴직금 인상을 추진하고 민간 은행도 이를 권고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달 말 예정된 시중 은행장 간담회에서 퇴직금 인상을 통한 희망퇴직 활성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통제받는 금융공기업은 시중은행보다 퇴직금 인상에 긍정적이다.

기재부는 지난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에 5천 명 이상 공공기관 채용을 늘리고자 명예퇴직금에 퇴직위로금을 추가로 주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시중은행 정년 퇴직자가 평균 3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는 데 비해 (우리는) 2억 원이 안될 때도 많다"며 "예산 문제가 해결돼 시중은행 수준으로 퇴직금이 인상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희망퇴직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은행권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통상 은행은 퇴직 직전 석 달간의 평균 월급 26~36개월 치를 위로금 성격의 퇴직금으로 제공한다. 외국계 은행이거나 오랜만에 실시하는 특별퇴직의 경우 근무 연수에 따라 최대 60개월 치를 지급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이 추산하는 희망 퇴직자 한 명당 평균 소요 비용은 3억 원 수준.

장기적인 관점에선 은행의 인력 구조조정과 판관비에 긍정적이지만, 당장은 대규모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KB금융은 2016년 2천800명의 희망퇴직으로 8천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천 명을 내보내며 3천억 원 가량의 비용을 썼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이 올해도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많이 벌 때 선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여전히 당국이 돈을 많이 버는 은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은행이 많이 쓰기보단 더 쌓아놔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은행권의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퇴직자가 발생, 기존 직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 퇴직금 산정 방식에서 제외된 성과급 포함 여부나, 희망퇴직금 인상 규모에 대한 노사 간 구체적인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선진국보다 사회보장제도가 뒤처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섣부른 희망퇴직 제도가 오히려 가계소득을 줄일 수도 있다"며 "최근에는 일시적인 퇴직금보다 고용보장을 더 추구하고 있어 실수요 파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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