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동부와 대서양을 마주 보고 있는 유럽의 경제 성장세가 흔들리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4월 제조업과 비제조업황이 모두 둔화했으며 소매판매도 약화했다. 물가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도 불과 한 달 전 높았던 5월 금리 인상 기대가 최근 잇따른 지표 부진으로 현저히 낮아졌다. 유럽의 경기 호조가 주춤하는 것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야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에 고민을 안기는 것뿐만이 아니다. 세계 동반 성장 기조라는 전제로 움직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기업, 금융시장 등을 모두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도표 설명 : 1999년 이후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평균치 추이. 출처 : ECB>



미국은 유럽보다는 현 성장 기조에 대한 의심이 훨씬 적다. 지난해 말 발효된 세제개편에 따른 기업 투자 확대에다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약효가 경기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다는 관측이 강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호황은 지속하고 있으며, 주가 상승이 주춤거리기는 하지만 기업 호실적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물가 압력은 옥에 티로 꼽히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 실업률이 17년여 만에 최저치인 3.9%를 보였지만 임금 상승률은 2.6%로 2009년 침체가 끝난 이후 3%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도표 설명 : 1960년 이후 미국의 근원 PCE 가격지수 연율 추이.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은>



미국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제조업 지표들에서 일제히 물가 항목이 오르는 데다 최근 중동 지정학적 우려가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지만, '인플레 파이터'라고 불리는 중앙은행들의 장기 물가 전망은 여전히 유순한 편이다. 연준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전망치는 2018년 2.0%이고, 2019년과 2020년은 2.2%로 같다. 유럽을 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나온 ECB의 근원 물가(HICP) 전망치는 지난해 말에서 변동이 없다. 2018년 1.1%, 2019년과 2020년은 1.5%와 1.8%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전망 보고서에서 물가 목표 달성 시점을 삭제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3% 선을 넘어 크게 오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도표 설명 : 1970년대 후반 이후 향후 미국 5년 물가 기대 추이. 출처 : 미시간대>



여기에 경기 침체라는 복병이 모퉁이를 돌아서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 국채 10년과 2년물 수익률 차이는 재작년 1.25%포인트에서 최근 0.5%포인트 아래로 좁혀졌다. 단기물이 장기물을 웃도는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지 침체의 전조로 인식된다. 이런 조심스러움 때문에 시장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5% 선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던 게리 콘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3% 선 위로 질주한다는 과장광고가 많다며 이보다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더 진행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도표 설명 : 1988년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빨강)와 연방기금(FF) 금리(파랑) 추이. 출처 : 뉴인포맥스 경제지표 차트(8824번)>



슈왑 금융연구센터의 케이시 존스 수석 금리 전략가도 10년물 금리의 상승 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을 가졌다. 존스는 1988년 이후 통화 긴축기 동안 10년물 국채 금리의 고점이 연방기금(FF) 금리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1994년 한 번만을 제외하고 1988년, 2000년, 2007년까지 세 번 모두 그랬다. 1994년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일 년 만에 기준금리를 3%대에서 6% 수준까지 급격히 올렸던 이례적인 시기였다. 현재 연준의 FF 금리 전망치를 보면 10년물 국채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연준은 FF 금리가 2018년 2.1%를 거쳐 2019년 2.9%로 오른 후 2020년 3.4%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보다 긴 장기 전망치는 2.9%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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