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6월 신흥국 위기설이 외환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원화 가치는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준 안전자산'으로서의 원화 지위가 신흥국 위기 속에 오히려 두드러지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화는 미국 달러 대비 0.06% 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터키 리라화는 미 달러 대비 3.24% 절하됐고 칠레 페소화는 1.35% 절하됐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0.71% 절하됐고 인도 루피와 대만 달러는 각각 0.67%, 0.15%의 절하율을 나타냈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 *자료:연합인포맥스>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금리차 확대와 인플레이션 기대로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원화 홀로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달러 및 유가가 동반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 부채에 취약한 국가의 경우 외환보유액 소진 등 대응 여력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통화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40%까지 끌어올렸으나 페소화 가치는 지난 8일 달러당 23.10페소까지 오르면서 신저점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요청한 상태다.

이 밖에도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 러시아 루블화의 약세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신흥국 불안은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단기 금리 급등이 부담이 됐고, 미국 장기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로 연결되며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주요 배경"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유가 상승이 아르헨티나와 터키와 같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부담이 되는 가운데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물가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신흥국별 위기가 차별화되고 있는만큼 달러-원 환율이 신흥국발 불안 심리에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보고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2013년 이후로 한국 원화를 신흥국 통화와 같이 보기 어려워졌다"며 "미국 금리 인상 경계에 신흥국 통화가 무너지고 있긴 하지만 외환보유고와 경기 펀더멘털을 봤을 때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모습이 있고 특히 아르헨티나와 우리나라를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최근 달러 강세는 유로존 인플레이션과 국제 유가 두 가지 요인에 따른 패닉이었다고 본다"며 "신흥국들이 차별화하면서 반응하고 있는데 특히 달러 부채에 취약한 국가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수입이 늘어날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공산품 수출국인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베트남은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며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은 1,050~1,080원대 레인지 내 상단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이탈로 본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