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의 퇴직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지만, 기획재정부는 이에 신중한 입장이다.

희망퇴직에 따른 고용 증가 효과를 좀 더 따져봐야 하며, 고용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은데 대규모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경우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돈줄을 쥔 기재부가 이런 입장인데 따라 국책은행의 퇴직금이 시중은행만큼 인상될 확률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4일 "희망퇴직을 유도하면 일자리가 얼마나 늘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희망퇴직에 따른 신규 고용 효과에 대한 추계를 마쳐야 국책은행의 퇴직금을 얼마나 늘릴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은행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줘야 희망퇴직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퇴직위로금을 대규모로 지급했다가 희망퇴직자 증가가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국민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의 이런 입장은 금융위와 대비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희망퇴직과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고 했다.

희망퇴직 증가에 따른 신규 고용 증가 효과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기재부와 달리 희망퇴직이 늘면 신규 고용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공공기관 예산과 인건비 규정 등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그동안 국책은행의 퇴직금 추가 지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기재부는 국책은행이 혈세로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사회적인 비판이 일자 1998년 '공공기관 명예퇴직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국책은행의 퇴직금을 공무원 기준에 맞춰 놨다.

공무원은 월급의 45%에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의 절반을 곱한 만큼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국책은행의 퇴직금은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재부가 국책은행의 퇴직금을 대폭 늘리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퇴직금 관련 규정을 개정해 명예퇴직 시 정해진 퇴직금 외에 퇴직자에게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명예퇴직 규모를 늘려 올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을 5천 명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338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중 국책은행만 시중은행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허용할 경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이처럼 기재부가 신중한 입장인 데 따라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보통 퇴직금에 더해 월급의 36개월 치를 퇴직위로금으로 받는다.

30년 재직자 기준으로 국책은행보다 약 2억 원가량을 더 받는 셈이다.

국책은행들은 퇴직금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늘려주길 고대하고 있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굳어진 데다 시중은행과 달리 희망퇴직 후 진로를 재설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은행의 경우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기재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추가 퇴직금을 지급했다가 2014년과 2010년, 2008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명예퇴직제도 부활을 건의하기도 했다.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규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퇴직금이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이라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사람이 적어 인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용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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