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최정우 기자 =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14일 올해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원유생산량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국제유가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0달러대를 넘어서며 지난 주에만 1.4%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하락 전환해 상승세가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유가 상승, 반드시 증시에 호재는 아니었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 화학 등 에너지업종의 수익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미국의 경우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많고, 미국유가가 국제유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해 국제유가 상승이 증시에 호재일 때가 많다. 뉴욕증시에 영향을 받는 국내증시도 유가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엔 원유를 원료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유, 화학 등 에너지업종의 수익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들의 스프레드(상품 가격-원자재 가격)를 낮춰 장기적으로 수익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공급 축소로 유가가 급등하면 수요 확대에 인한 상승보다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정유업의 경우엔 정제마진(상품가격-원자재 가격)과 시세차익이 중요하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값을 뺀 개념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지난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6.7달러 수준으로 손익 분기점(4달러)을 넘지만 유가 상승률이 상품가격 상승률보다 높으면 마진은 낮아진다.

시세차익은 원유를 구입한 시점과 판매하는 시점이 달라 발생하는데 국제유가가 급격히 올랐을 경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얽혀있어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망이 분분하다.

하지만 현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2008년 이란 핵제재 당시 유가 급등으로 2주 동안 정유, 화학주 등은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약 8% 하락했다.

실제로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211)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화학업종 지수는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 2일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일 6156.84로 장을 마감한 화학업종 지수는 지난 주말(11일) 6038.86으로 2.5% 가까이 내렸다.

대표적 정유기업인 에스오일의 주가도 같은 기간 3.65% 하락했다.

◇"유가 상승 일시적…주가 영향 크지 않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OPEC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에서 원유생산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어 이같은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비 0PEC 국가의 원유 공급 전망치를 지난 1월 일간 110만 배럴에서 지난달 171만 배럴로 크게 높였다. 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2018년 비 OPEC의 총 원유생산량은 일간 115만 배럴로, 지난해 12월 99만 배럴에 비해 20만 배럴 이상 높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5월 단기에너지 전망보고서(STEO)를 통해 이달 원유 생산전망치를 4월보다 3만 배럴 높은 1천72만 배럴로 예상했다. EIA 전망치는 올해 들어 매달 상승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 OPEC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국제유가 상단을 제한해 증시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정 이슈를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조선업 수주 등이 활발하지 않은 점도 유가 상승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도 "4월 말 미국 내 원유생산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급이 불안할 수 있지만 군사적 충동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유가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핵협정 이슈에 대한 우려가 이미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란 핵협정 파기에 대한 우려는 이미 국제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중국과 인도, 독일 등이 이란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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