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7명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 중립으로 분류되던 함준호 위원이 퇴임하고 임지원 내정자가 합류하게 됨에 따라 새로 구성될 금통위에서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의 추천으로 지난 2014년부터 금통위원 직을 수행했던 함준호 위원이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11일 이임식을 했다.

함준호 위원은 취임 당시 금통위원으로서 매파와 비둘기파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시장에서 그는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제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달 2일 함준호 위원의 후임으로 추천을 받은 임지원 JP모건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의 성향이다.

임지원 내정자는 이해 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한은법상의 겸직 금지 조항에 따라 JP모건 서울지점 퇴직 절차와 외부 위원회 직위 해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아직 임명 요청과 임명장 수여 등 금통위원 선임과 관련한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한은 안팎에선 이번 주 안에는 임지원 내정자의 신변정리가 마무리되고, 늦어도 오는 24일에 있을 통화정책방향 금통위 전에는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임지원 내정자가 올해 4월 금통위 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오는 7월,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 점을 고려해 그를 매파로 분류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임지원 내정자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단행된 금리 인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2014년 7월에는 '금리 인하가 최선의 정책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2016년 3월에는 '추가 완화로 인한 득과 실을 계산해야 한다'는 진단을 각각 내놨다.

임지원 내정자가 실제로 매파 성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당분간 금통위는 금리 인상론이 우위를 점할 공산이 크다.

이달 2일 공개된 '제7차 금통위 의사록(4월 12일 개최)'에선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여섯 명의 금통위원 중 두 명이 통화정책 완화기조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매파 스탠스를 보였다.

통상 한은 총재는 캐스팅보트를 쥐어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통위에서 의사 표명을 하지 않는다. 다수 의견이 금통위 의장인 총재의 의견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선 이주열 총재의 통화정책 관련 스탠스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틀 후인 이달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일ㆍ아세안(ASEAN)+3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관련 언급을 내놓는 등 그 역시 매파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냈다.

여기에 임지원 내정자까지 통화정책 완화기조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일 경우 금통위는 7명의 위원 중 매파가 4명을 점하는 구도로 재편되게 된다.

금통위는 7인의 위원 중 5인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의결한다. 본회의의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사록을 작성하고 의사록 내용 중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한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4월 금통위에서 매파 의견을 드러낸 두 명의 금통위원 외에 세 명의 금통위원은 중립적 성향을 내비쳤고, 한 위원은 비둘기파에 가까웠다"며 "아마도 중립 의견을 표명했을 함준호 의원이 빠진 만큼 임지원 내정자의 성향이 금통위의 새로운 역학 구도를 논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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