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 긴장완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 데다 대서양 연안에서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매파 발언이 나오면서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4bp 오른 2.995%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0.7bp 상승한 2.545%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8bp 높은 3.129%에서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43bp에서 45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연설을 주목하면서 하락 출발했다.

지난 주말 국채가는 4월 수입물가가 예상보다 낮았지만, 소비 심리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보합권에 머물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3% 올랐다. 지난달 0.2% 하락에서 반등했지만, 시장의 예상치 0.6% 상승보다는 온건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98.8로 전월 확정치와 같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망 집계치는 98.0이었다.

시장은 이날 미국 경제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연준 위원 연설, 유가와 증시 동향, 무역 협상 관련 긴장 등을 주목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 상태를 웃돌고 물가는 1~2년에 걸쳐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며 개선된 경제 전망이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지지할 것이라는 매파 발언을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물가가 잠시 2%를 넘는 과열을 보여도 괜찮다며 연준은 국채수익률 곡선이 역전될 위험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지난주 나온 물가 지표들이 기대보다 부진했기 때문에 연준이 더 보수적으로 금리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고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긴장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점은 뉴욕증시 상승을 끌어, 국채가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신속하게 다시 사업할 수 있도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며 ZTE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환영을 표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미국이 ZTE 문제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세부사항 실천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ZTE에 대한 대안 해결책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는 오는 15일 미국을 방문해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우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제와 금리 경로에 관한 견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리는 "최근 소비자물가 부진 등이 분기마다 25bp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려는 파월 의장의 목표를 탈선시킬 정도는 못 될 것으로 보지만, 그런데도 연준 위원 연설에서 나올 추가 정보는 국채시장에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가 다시 소폭 벌리면서 마쳤다.

전략가들은 연준 위원들과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의 매파 발언이 다시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며 다만 지표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 반영했다. 한 달 전에는 39%였다.

이날 프랑스 중앙은행의 빌루아 드 갈로 총재는 "ECB는 현재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흐름이 일시적이라고 본다"며 "자산매입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well past) 현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선제 안내 문구에 관해서 설명했다.

갈로 총재는 '한동안'은 몇 년이 아닌 몇 분기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브루노 브레이진하 전략가는 "이날 달러 강세가 소폭 약해졌고, ECB 관계자가 통화완화 정책을 제거하려는 발언을 했다"며 "이 모든 것들이 이날 유럽 국채에 대한 약세 분위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5.1bp 높은 0.614%에서 거래됐다. 같은 만기 프랑스 국채도 4.5bp 상승한 0.838%에서 움직였다.

클리블랜드 연은이 발표한 10년 장기 기대 물가도 2.09%로 높아졌다. 이는 전달의 1.98%에서 더 상승한 것이다.

또 골드만삭스는 미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2019년 말에 3.6%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웰스 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조지 러스낙 공동 헤드는 연준은 완성까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긴축 속도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전략가들은 미국 소매판매 지표뿐 아니라 중국과 독일의 경제지표에도 관심을 보였다.

ING는 15일 나올 중국 소매판매, 자본 지출, 산업 생산 등이 이번 주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세계 경기가 호조인지 아니면 성장을 되돌릴지, 멈춰 설지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미국의 4월 소매판매가 발표될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소매판매'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전망치의 각각 평균은 0.3%와 0.5% 증가다. 3월에는 각각 0.6%와 0.2% 증가한 바 있다.

한편 지난 주말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와 같은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214bp로 1989년 4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잭 맥른타이어 이사는 "현재 미국과 독일의 국채수익률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은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 특히 독일보다 더 강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날 발표되는 독일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연율 1.2%로 지난해 4분기의 2.5%에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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