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과도한 자원개발 사업으로 경영상태가 악화한 한국석유공사가 재무구조 개선 명목으로 울산혁신도시 내 신사옥을 매각했지만, 오히려 재무구조가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사옥 매각을 담당했던 실무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매각을 밀어붙였고, 이사회는 이를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매각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부동산 보유ㆍ관리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석유공사에 신사옥 매각을 담당한 임직원 3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요구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월 울산혁신도시 안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23층 규모의 본사 신사옥을 A 부동산투자회사에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2천200억 원을 받고 팔았다.

신사옥을 매각한 것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자금을 확보해 부채를 감축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신사옥 매각으로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더 나빠졌고, 매각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을 적발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 운용지침에 따르면 자금유출이 감소해 실질적으로 부채가 감축되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자산을 매각하게 돼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A 부동산투자회사에 신사옥을 매각해 재임대하면서 15년간 연평균 4.87%의 임대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석유공사가 최근 3년간 발행한 공사채 연평균 이자율 2.69%보다 2.18%포인트(p) 높았다.

신사옥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공사채를 상환한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오히려 자금이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울러 기업회계기준서와 금융감독원의 의견서 등에 따라 신사옥을 매각하면 자산과 부채가 처분이익만큼 각각 늘어나고, 이로 인해 매각 후의 부채비율이 매각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석유공사가 당초 내세웠던 '재무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매각 실무자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경영상태 악화를 타개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경영진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허위 사실에 기반을 둔 방안을 만들고, 윗선에 보고한 뒤 시행했다는 점이다.

실무자들은 2017년 1월 '매각대금 2천200억 원 중 임차보증금 220억 원을 제외한 1천980억 원으로 부채를 상환하면 부채비율이 13.8%p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는 2주 뒤 열린 이사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신사옥 매각대금으로 공사채를 상환하면 266억 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되는 반면에 임대료로 426억 원을 지급하게 돼 실제는 144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감사원은 임대 기간을 15년으로 보면 총 585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채비율도 13.8%p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7.0%p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또 신사옥 매각을 통해 받은 매각대금 2천200억 원 가운데 임차보증금 220억 원을 제외한 1천980억 원을 실제 부채 상환에 쓰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천300억 원은 정기예금으로 묵혀놨고, 나머지 680억 원은 사업비로 집행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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