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당국이 국제회계기준 IFRS 17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들에 조달 자금을 서울외환시장에서 현물환으로 일단 환전하지 말고 외화자산으로 운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발생하면 원화 강세 흐름이 더욱 공고히 될 수 있어 외환당국이 사실상 우회적인 수급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외환당국은 2021년에 도입될 예정인 IFRS 17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고, 이를 다시 해외투자를 위해 달러로 환전하는 경우 상당한 환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미스매칭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지적한 것으로, 차라리 원화로 환전을 하지 말고, 차후 외화채권 등에 투자하는 경우에 대비해 FX(외환) 스와프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FX 스와프 셀앤드바이(일정 기간 달러 공급·원화 수취) 거래를 통해 환리스크에 대처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최근 원화 강세 국면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FX 스와프 포인트가 꾸준히 밀리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구조적 요인으로 FX 스와프가 앞으로 더 밀릴 가능성이 큰데, 분기 말과 같이 달러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FX 스와프 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정부가 달러 수급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화 용도로 차입하는 보험사는 환리스크 위험이 있으니, 원화로 환전하는 것보다 헤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며 "기존 스탠스에서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3월 29일 개최)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국내 FX 스와프 시장의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외국인 및 외국계 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외화자금 공급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면 "외화 수요는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 및 환 헤지 수요에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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