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살릴 것인가, '금융감독원'을 살릴 것인가.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할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이번 사안에서 삼성과 금감원 중 '공식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어떤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되든 시장 혼란이나 행정소송,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 등을 피할 수 없어 금융위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감리위에서 기업의 회계부정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 금융위의 일상적인 업무다. 문제는 금감원이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전례 없는 공식 발표를 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이 회계부정이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다시 발표한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오락가락한 판단이 시장 혼란을 증폭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금융당국은 2014년 'KB사태' 때도 제재를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수석 부원장이자 제재심의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제재심에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내린 '경징계'안을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중징계'로 올리며 금융당국의 제재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이후 금융위는 최 전 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여 '직무정지 3개월'을 의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에도 제재 수위가 변하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상 금융위는 제재심보다 제재 수위를 높였던 금감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위가 언제까지 금감원의 편에만 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KB사태는 개인에 대한 제재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시가총액 25조원 기업에 대한 제재"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금융위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 담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이번 분식회계 혐의 발표 후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사전통지 업무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위탁한 것이라며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앞으로 금융위는 '책임지고, 공정하게' 이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감리위에서 삼성과의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는 위원들을 모두 배제할 방침을 밝히고 실제로 한 명의 위원을 제척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공정성을 인정받는 데 주력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자 증선위원장은 15일 예정에 없던 오후 긴급 브리핑까지 개최하며 감리위와 증선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금감원의 사전 발표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며 "금감원의 실수를 금융위가 뒷수습하고 다니는 형국이 됐다"고 꼬집었다. (산업증권부 신은실 기자)

es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