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지난 1분기 국제유가와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수익성이 악화됐다. 당분간 국제유가가 상승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석화기업의 우려도 커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올해 1분기 매출 30조1천453억원과 영업이익 1조5천616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9.1% 급감했다.

기업별로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천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1%, 에쓰오일이 23.4%, 현대오일뱅크가 11.6% 각각 감소했다.

국내 석화기업도 줄줄이 수익성이 악화됐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3대 석화기업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5천536억원과 영업이익 1조4천849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0.6%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7.9%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3% 줄었고,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각각 18.8%, 12.5%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 1분기 국제유가 변동성과 환율 하락 영향이 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1분기는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과 환율 하락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내 에너지·화학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환경이었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흐름은 현재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한때 74달러대에 진입하기도 한 두바이유 가격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상승해 75달러선을 돌파했다.





통상 정유사에 국제유가 상승은 호재로 작용한다.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년간 최대 실적을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부정적 래깅효과가 발생했고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또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에서 오는 이익도 감소했다.

정유사들은 향후 유가 및 환율 등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와 화학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석화기업의 경우 유가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매출을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석화기업들의 경우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화학은 원료 싸움으로 석탄·천연가스 대비 유가의 상대적인 강세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스프레드를 축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NCC(납사분해시설)는 과거 저유가 시기에 이익을 극대화했다"며 "저유가 시기에 ECC(에탄분해시설) 대비 경쟁력을 가졌던 NCC 혜택은 유가 상승과 에틸렌 공급 증가로 일부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확대와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 등에 따라 원유 공급은 타이트해지는 반면 원유 수요는 하반기 들어 계절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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