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은행권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대규모 희망퇴직이 단행될 때마다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한 은행들이 신규 직원은 덜 뽑고 기존 직원은 승진시키면서 책임자급 직원 비율이 행원급 직원 비율보다 올라간 것이다.

최근에는 희망퇴직 조건을 낮춰 행원급 직원들의 이탈을 부르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신규 채용을 압박하는 데 따라 대규모 희망퇴직이 진행되더라도 항아리형 구조가 예전만큼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국내 5개 시중은행의 일반 직원 중 책임자급(3급 이상) 비율은 지난해 말 54%로 2년 전보다 1%포인트 늘었다.

반면 일반 직원 중 행원(4급 이하)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서 46%로 줄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 책임자급 비율이 각각 55%와 54%로 2년 전과 같았다.

국민은행은 56%에서 58%로, 하나은행은 45%에서 46%로, 농협은행은 55%에서 56%로 책임자급 비율이 높아졌다.

시중은행에서 책임자급이 행원급보다 많아진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별로 책임자급이 행원급보다 1천~2천명씩 많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후 신규 채용은 줄이고 기존 직원에 대한 승진 인사는 계속하면서 책임자급 비중이 더 커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1년까지 행원급 직원이 책임자급 직원보다 많았는데 2002년 말에는 책임자급이 56%, 행원급이 44%로 뒤집혔다.

우리은행 역시 2001년 말 행원급이 54%로 절반 이상이었는데 2002년 말에는 44%로 줄었다.

대신 책임자급이 같은 기간 46%에서 56%로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은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조건을 완화하면서까지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다시 심화됐다.

지난해 5개 시중은행에서 총 2천860명의 임직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 문호를 확 넓혔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부부장)급 이상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던 것을 지난해는 직급에 상관없이 근속연수 15년 이상이며 만 40세 이상이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국민은행은 2016년 전 직급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다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대규모 희망퇴직과 함께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하는 데 따라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은 올해 최소 2천25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천825명을 채용한 데 비하면 400명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의도하는 비용절감 효과를 위해서는 고참급 직원이 희망퇴직을 많이 신청하는 게 맞지만 실제로는 행원급 직원들이 전직의 기회로 인식해 신청하거나 생산성 높은 여직원들이 육아를 이유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올해는 은행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기로 한 데 따라 행원급 직원이 늘며 항아리형 구조가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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