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까지 경고등이 켜졌다. 난관을 헤쳐나갈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더 큰 근심거리다. 출범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는 대북 관계에서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렇지 경제분야에선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4월 무역관련 지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수출이 작년대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무역흑자는 66억달러에 불과해 1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8개월만에 수출이 줄어든 것인데, 주요 수출 경쟁국들의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수출부진에 빠진 것으로 나타나 더욱 걱정스럽다. 자동차와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제품들이 수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뒤처지고 있고, 휴대폰의 경우 중국 등 신흥주자들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우리 수출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는 반도체도 마냥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다. 반도체 슈퍼호황은 정점에 거의 도달해 하반기부터는 하락사이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며,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이 발 빠르게 추격하는 등 여러가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익구조를 보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반도체 편중현상이 지나치게 심하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 금융공학연구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상장사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가져오는 막대한 이익의 착시현상에 속아 우리 경제가 순항한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수출부진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를 막으려면 외환시장 개입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미국의 환율조작국 위협으로 인해 당장 손 쓸 방법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정기적으로 시장 개입사실을 공개해야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 저지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거센 통상압력도 우리 수출엔 악재다. 환율주권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주요 제품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된다면 수출은 그야말로 최악의 국면으로 추락할 우려가 크다.

일본의 고품질 제품이 엔저를 무기로 수출시장을 휩쓸고, 중국의 저가제품이 품질개선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지금, 우리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 최악의 실업 문제와 자영업자 줄도산 등 내수가 어려운 처지에 수출까지 비틀거리는 우리 경제는 난파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차 문재인 정부 는 경제문제 해법 마련에 더욱 힘을 써야한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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