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기대로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3bp 오른 3.093%에 거래됐다. 이는 2011년 7월 7일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0.4bp 상승한 2.589%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높은 3.214%에서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48.5bp에서 50.4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안전자산 선호로 강보합세로 출발했다가 유가 상승 폭 확대로 다시 낙폭을 벌렸다.

시장은 미국의 무역 협상,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미 경제지표,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경제지표 호조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내렸고,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 3.093%까지 올랐다.

이날 뉴욕증시는 북한 관련 불확실성과 미 국채수익률 상승에도 강세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미국 성장세가 탄탄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 및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할 것인 데다 국채 발행 증가까지 가세해, 10년물이 올해 3.5%나 4.0%에서 고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물가는 성장세에 못 미치는 데다 세계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은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할 경우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하겠으며 또 '선(先) 핵 포기-후(後) 보상' 등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등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관련해서 북측에서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정상회담이 열릴지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유럽에서는 연정협상 타결을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의 국정과제 초안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와 국가 부채 탕감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보도가 나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공동으로 마련한 국정 프로그램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씨티의 지안다 지아니 이탈리아 담당 경제학자는 "시장은 5성 운동이 반(反)유로 수사를 포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이 보도는 그런 안도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포퓰리즘 정당은 초안은 내용이 상당히 바꿨으며 최근에는 유로존 탈퇴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 여파로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6.2bp 높은 2.113%까지 올랐고, 이탈리아 증시도 2% 정도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와 스위스프랑화에 내렸다.

SYZ 자산운용의 파브리지오 퀴리게티 헤드는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하기 때문에 개혁하지 않으려는 두 정당의 집권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이들은 심지어 이를 되돌리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무역 협상도 진척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ZTE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무역 협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외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또 "(무역협상 관련)중국의 요구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턴 어드바이저의 마크 뉴턴 기술적 분석가는 "미 국채수익률은 지난 4월 고점을 전날 돌파했고, 월간 차트상 이는 장기 추세 채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추세 피로감에 대한 증거가 없어서 국채수익률 단기 하락은 매도 기회"라고 분석했다.

뉴턴은 국채수익률이 5월 말이나 6월 최고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KBC 뱅크는 "10년물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3.07% 저항대를 돌파하면서 상승 시도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30년물도 3.22% 선을 시험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지난 4월 미국의 주택착공실적이 다세대주택의 감소로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내림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4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3.7% 감소한 128만7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1.4% 감소한 130만 채였다.

다만 지난 3월의 주택착공실적은 전월대비 1.9% 증가에서 3.6%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월간 주택 착공 실적은 변동성이 커서 대폭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4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1.8% 감소한 135만2천 채를 보였다. 시장 예상치 집계 결과는 0.3% 줄어든 135만 채였다.

네이션와이드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경제학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주택가격 상승 부담에도 탄탄한 고용시장과 인구구조 개선이 올해 초 신규 주택판매와 착공을 경기 확장기의 최고치 수준으로 밀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MUFG의 크리스 럽키 수석 금융 경제학자는 "주거용 건축의 회복세는 장기 금리 상승세 때문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며 또 "이날 산업생산도 유가 상승에 따른 광업 생산 증가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제조업과 유틸리티 덕분에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준은 4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7%(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0.6% 증가였다.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4월 제조업생산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증가 덕분에 전월비 0.5% 올랐다. 제조업은 전년 대비로는 1.8% 늘었다.

산업생산의 '슬랙'을 측정하는 지표인 4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0.4%포인트 오른 78%였다. 이는 3년 내 최고치다. 애널리스트들은 78.4%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 평균 79.9%보다는 여전히 아래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미국 담당 경제학자는 "산업생산의 전년비 증가 폭은 건강한 수준이었다"며 "국내외 탄탄한 수요, 세제개편, 규제완화, 높은 에너지 가격, 달러 약세 등의 긍정적인 배경이 올해 산업생산을 연율 4.2%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물리적인 공급 제약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제조업이 직면한 노동력 부족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유가 상승으로 추가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 배럴당 0.3% 상승한 71.49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략가들은 긴 안목으로 국채시장을 보려고 노력했다.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10년물은 횡보장세를 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면서 3.09~3.03% 사이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내셔널호주은행의 게빈 프렌드 선임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산을 재분배하려는 시점은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가 되는 때일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10년물이 3.2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프렌드는 또 과거 미국과 유럽 채권의 실질 수익률 차이는 역대로 190bp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며 이는 미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명목 수익률 차이 240bp는 상당히 넓다며 투자자들은 지금 연준이 올해 세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 0.634%보다 하락한 0.602%에서 거래됐다. 이에 따라, 같은 만기 미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2.5%포인트에 육박해, 3년 내 최대치를 보였다.

한편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장마감 후 3.10%까지 추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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