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심의에 밀려 좀처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인가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로 분주해지며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문제를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합병 양도 차익에 따른 과세대상이 되는 데다 내년부터 지주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급한 입장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7일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여부와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6월 전환 신청, 내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이라는 스케줄이 있긴 한데 아직은 가안일 뿐이고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여부와 시기가 이처럼 확정되지 않은 것은 인가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인가 요건을 모두 갖췄고 비은행 부문 육성을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1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하며 자산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이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회사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지난 1분기 말 기준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20조3천420억원으로 지주사 인가 요건을 충족한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마련도 수월해진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이렇게 얻은 실탄을 통해 증권 자회사와 보험 자회사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공자위 역시 우리은행을 지주사로 전환한 후 잔여 지분을 매각하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점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자칫 '밥그릇 챙기기'로 비화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지주사 신설 과정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전·현직 임원들의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문제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상태기도 하다.

현재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한국GM 사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다급하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과 주식교환에 따라 발생하는 양도차익 과세를 유예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말 일몰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지주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줄줄이 입법 대기 중이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은 다만 인가권한을 쥔 금융당국이 결심하면 빠르게 진행될 확률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의중을 살피며 인가 신청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이사회 의결과 금융당국 인가 신청, 인가, 주주총회, 주식 상장 절차 등을 거쳐야 해서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며 "전환 준비는 갖춘 상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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