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 IB 부문에서 여성 인력의 비중이 늘어나기는커녕 도리어 위축되고 있다. 일련의 미투 사태로 인해 여성 인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 IB 부문의 전체 직원 중 여성 인력의 비중은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에는 17% 수준이었으나 1년여 사이 여성의 비중은 2%포인트가량 축소됐다.

전체 증권사 직원 3만6천명 중 여성 인력의 비중은 40% 수준이다. 법인영업과 채권영업 등에서의 여자 직원의 비율은 40%대로 큰 성비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독 IB 부문에서는 성비 차이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낮았던 여자 직원 비율이 도리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전체 IB 직원 190여 명 중 여자 직원은 단 15명에 불과했다. 2016년에만 해도 여직원의 비중이 12%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8% 수준으로 크게 위축됐다. 유안타증권이 주요 증권사 IB 중 여자 비중이 많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20%대에 그쳤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IB팀 내에 실무 인력이 모두 남자로 구성된 경우도 많고 여자 직원이 있다 해도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업무 특성상 남자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남초 현상은 심해지는 모습이다. 연말 연초 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을 중용한 증권사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1천여 명에 달하는 증권사 임원 중(사외이사, 미등기임원 등 포함) 여성의 비중은 0.5%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여자 신입사원이 입사해 임원을 달기까지의 확률은 단 0.3%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미투 운동이 각 분야에 번지며 증권사에서도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들이 불거졌다. 일부 회사에서 미투 사례가 적발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 원칙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여성의 입지가 약한 IB 등 증권가에서 펜스룰이 또 다른 역차별이 되지는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직원을 선발할 때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것 자체가 암묵적인 펜스룰이라는 지적도 많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임원 대부분이 남자여서 여자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며 "문제는 이런 문화를 깨려는 의지가 미진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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