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발언에 서울채권시장이 울고 웃었다.

5월 초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언급으로 채권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가 보름 만에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17일 임지원 신임 금융통화위원 취임사에서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 서울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금통위 일주일 전부터는 '묵언 기간'으로 통화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 경기 인식과 리스크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이후 우리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다"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미 중간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며 "국내는 고용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5월 초 출장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나온 것과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

당시 그는 "우리가 봤던 대로 3%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도 2%대에 수렴하는데, (기준금리를) 그대로 끌고 가면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물가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고, 물가보다 지금은 경기 회복세가 중요하다"며 "여러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는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보름 사이에 뒤바뀐 이 총재의 시그널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정책 시그널을 일관되게 제시해야 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불과 얼마 전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해서 채권시장은 혹시 모를 5월 소수의견과 7월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해뒀는데, 금통위를 일주일 남기고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이 총재 발언으로 갑자기 7월 금리 인상도 어렵지 않냐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며칠 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이 '경기 침체 초기'라고 한 발언이 재조명받으면서 결국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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